거품의 역사: 인류의 투기 열풍 (8화)
중국의 부동산 버블은 단순한 자산 가격의 거품을 넘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성장 모델 자체가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위기다. "집값은 영원히 오른다"는 믿음이 무너지면서, 중국의 부동산 중심 성장 전략이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급성장은 정부 주도의 도시화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998년 주택 실물분배 제도가 폐지되며 상품주택 시대가 열렸고, 이후 부동산은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부동산과 관련 산업은 GDP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대해졌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중국식 개발 모델이 형성되었다. 지방정부는 토지 판매 수입에 의존했고, 개발업체들은 선분양 제도를 통해 소비자의 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확대했고, 주민들은 집값 상승을 통한 자산증식에 열광했다. "빚내서 집을 사라"는 말이 중국판 아메리칸 드림이 되었다.
그러나 이 모델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첫째, 부동산 가격이 실제 구매력과 크게 괴리되었다.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도시의 집값은 연소득의 40-50배에 달했다. 둘째, 개발업체들의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났다. 셋째, 과잉 공급으로 인해 '귀신성'(빈 도시)이 전국에 등장했다.
2020년 중국 정부는 "세 가지 레드라인" 정책을 도입하며 부동산 기업들의 레버리지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는 헝다그룹의 디폴트로 이어졌다. 3,00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던 헝다의 위기는 전체 부동산 시장으로 전염되었다. 컨트리가든, 시닉 등 다른 대형 개발업체들도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중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이 악화되었고, 건설 관련 산업이 위축되었다. 가계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며 소비심리가 위축되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투자 주도의 성장 모델 자체가 한계에 도달했음이 드러났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과감한 구제정책은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 있고, 방치하면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 들어 다양한 부양책이 발표되었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그림자금융과의 연계다. 많은 개발업체들이 정상적인 대출이 아닌 신탁상품이나 웨얼스매니지먼트 상품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러한 비공식 금융의 규모와 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인구구조의 변화도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 중국은 이미 인구 감소가 시작되었고, 노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젊은 층의 결혼률이 떨어지면서, 주택 수요의 구조적 감소가 예상된다.
이 위기는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세계 철강 소비의 절반, 구리 소비의 40%를 차지한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는 원자재 시장과 신흥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또한 중국의 성장 둔화는 글로벌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과 비교하면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중국은 아직 도시화가 진행 중이고, 정부의 정책 수단도 더 많다. 그러나 부채 규모나 인구구조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는 결국 중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투자와 수출 중심에서 내수와 서비스 중심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