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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해외 파병과 생존 전략

비대칭 전력의 전개

by 드라이트리

1. 냉전 속 ‘전사 국가’의 탄생


북한은 건국 이후 줄곧 스스로를 혁명 전사 국가로 규정했습니다. 김일성 체제는 항일 무장투쟁의 서사를 국가 정체성의 뿌리로 삼았고, 그 연장선에서 해외 무장투쟁을 지원하거나 직접 파병하는 방식으로 국제정치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려 했습니다.


1950년대 후반부터 북한은 사회주의 형제국가를 돕는다는 명분 아래 베트남 전쟁에 군사고문단과 전투기 조종사를 파견했습니다. 북베트남의 전투기 조종사 양성을 돕거나 직접 공중전에 투입된 북한 조종사들의 사례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지만, 냉전기의 이념 연대를 상징하는 장면이었습니다.


2. 중동과 아프리카로 확산된 파병


1970년대에 들어 북한의 해외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북한은 중동 전쟁에서 시리아와 이집트를 지원하며 이스라엘과 간접적으로 맞섰습니다. 북한 조종사들은 시리아 공군에 배치되어 이스라엘 전투기와 교전했고,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도 북한은 군사 고문단과 무기 지원을 통해 여러 독립운동 세력과 정부를 지원했습니다. 앙골라, 모잠비크, 짐바브웨 등지에서 북한은 군사 훈련과 정치 선전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이념적 연대가 아니라, 북한 외교의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군사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원자재나 외화, 정치적 지지를 얻는 구조였습니다.


3. 소련 붕괴 이후 ― 고립과 무기 수출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북한은 최대 후원자를 잃었습니다. 경제 위기와 식량난이 겹치며 체제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졌습니다. 이때 북한이 택한 생존 방식 중 하나가 무기 수출이었습니다.


북한은 비교적 단가가 저렴하고 운용이 쉬운 무기를 대량 생산해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에 판매했습니다. 탄도미사일 기술은 이란, 시리아 등으로 확산되었고, 북한은 이 과정을 통해 외화와 정치적 영향력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국제 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은 비공식적 무기 거래 네트워크를 통해 생존을 이어갔습니다.


4. 비대칭 전략의 부상 ― 드론과 사이버전


21세기에 들어 북한은 전통적인 파병보다는 비대칭 전력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병력 투입이나 해외 전쟁 참여는 정치적·경제적 부담이 컸기 때문입니다. 대신 북한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새로운 전략에 주목했습니다.


드론: 북한은 2010년대부터 소형 무인기를 활용해 한국 상공을 정찰했고, 최근에는 군집 드론·자폭 드론 개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되었듯, 현대전의 핵심 무기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사이버전: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군 정찰총국’을 중심으로 사이버부대를 운영하며, 해킹·랜섬웨어·암호화폐 탈취 등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고, 동시에 적국의 사회·경제 인프라를 위협하는 능력을 발전시켰습니다.

미사일과 핵: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은 북한의 생존 보증수표로 자리잡았습니다. 해외 파병 대신, 전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는 억지력이 북한의 전략을 뒷받침하게 된 것입니다.


5.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새로운 역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러시아가 국제적 고립과 무기 부족에 직면하자, 북한은 포탄과 무기를 제공하며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이는 북한에게 두 가지 이익을 안겨주었습니다.


첫째, 러시아의 외교적 지원입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가 논의될 때, 러시아는 이제 북한의 편에 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둘째, 새로운 군사 기술 교류 가능성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를 받는 대가로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해외 파병 대신 무기 수출과 기술 교환을 통해 국제 갈등에 참여하며, 다시금 ‘생존의 국제정치’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6. 한반도에 드리운 그림자


북한의 이러한 전략은 한국에 심각한 도전을 던집니다. 만약 북한이 드론과 사이버전을 본격적으로 결합한다면, 이는 한국의 첨단 무기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전력망, 금융망, 교통 시스템은 사이버 공격에 취약할 수 있고, 소형 드론은 수도권 방공망의 사각을 파고들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이 해외 갈등에 무기를 공급하며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한반도는 단순히 남북 대립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갈등의 한 축으로 다시 부각될 것입니다.


7. 오늘의 함의


북한의 해외 파병 역사는 단순한 군사적 모험이 아니라, 체제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냉전 시기에는 직접적인 파병과 무력 지원이었고, 오늘날에는 드론·사이버전·무기 수출로 전환되었습니다. 방식은 달라졌지만, 목표는 동일합니다. 약소국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한국이 직면한 질문은 분명합니다.

“북한의 비대칭 전략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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