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

by 류현

후덥지근한 여름 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창문틀에 무덤히 앉아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

들려오는 한 철 귀뚜라미소리에 생각이 멍해질 때


하늘과 지상의 애모호한 경계에서

한적한 클래식에

그 몸짓이 마치 귓속말을 하는 것 마냥

끝 없이 속삭이는 발레리나처럼, 반딧불이처럼


별들이 조용히 춤추고 있었다


어제까지 무엇을 목적에 두고 항해하고 있었을까

내일부턴 어느 방향으로 배앞머리를 둬야 할까

오늘까지 이뤄온 것들이

한 여름 밤의 꿈이 되어

종적을 감추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가장 황홀했던 순간이 잿더미가 되어

시나브로 사라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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