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려면 알아가야 하고 알아가려면 가까워져야 한다. 상처를 사랑하는 일은 상처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겨우 덮어버린 상처를 드러내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상처를 연다는 것은 얼려놓은 고통을 내 손으로 해동시키는 것이며, 해동하는 그 과정에 다시 내가 얼어버릴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제로 덮어버린 상처를 그대로 둔다면 언제나 내 마음속 냉동상태의 슬픔이 얽히고설키며 얼어버려 점점 나를 집어삼키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통을 없앨 수 있도록 상처를 들춰내는 용기를 갖춰야 한다. 상처를 상처로 바라봐줘야 한다. 고름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내상의 흉터를 찾아야 한다. 치료를 하기 위한 행위는 그다음의 문제다.
이 책에선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얘기해주지 않는다. 상처를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우리 마음의 상처를 상처라고 인정해 주는 것을 권유한다.
강제하지 않음이 주는 은은한 위로가 담겨있을 뿐이다.
저자는 약함을 껴안아야 진정한 강함이라고 말해준다. 나를 약하게 만드는 상처를 껴안음으로써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길을 내어가라 말해준다. 상처의 인정부터 사랑의 시작이다. 우리는 개개인의 고유한 존재이기에 상처 또한 고유하다. 상처의 강도와 빈도는 비교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저 내가 가진 고유의 상처를 인정하기를, 나의 상처를 사랑하기를, 그리고 나를 사랑하기를..
P.15 목격하다. 바라보다. 살펴보다. 지켜보다. 찾아보다. 찬찬히 보다. 눈여겨보다. ‘지켜줄 수’ 있을 만큼의 힘도 마음도 내가 끝내 가지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