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혹은 영감의 순간을 채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음악으로 만들 수 있다. 휴대폰이 발달하면서 이런 순간들을 채집하는 것이 간편해졌다. 일상 대부분이 휴대폰에 내장된 카메라의 찰칵 한 번으로 저장이 가능하고 각종 그림 그리기와 사진보정 앱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를 택하기도 하는데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물론 그림과 사진에 자질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를 선택한 이유는 쓰는 과정에서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쓰고 나면 나를 가장 잘 아는 이와 좋은 대화를 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은 마음 혹은 사고에 균열이 일어날 때인 것 같다. 믿고 있던 것이 깨지고 균열이 일어나는 상황은 삶 속 여러 관계일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상실일 수 있으며 영화, 소설, 강의, 전시 등 다양한 예술장면들을 마주했을 때 일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상황이 주는 균열 사이로 질문이 생겼을 때 글을 쓰고 싶다.
'너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니?'
'그 느낌의 이유는 무엇일까?'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의 '나'가 답을 내어준다.쓰인 글은 뒤돌아서서 나를 응시한다. 그리고선 나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온다. 바라봐준다. 안쓰러워한다. 쓰다듬어 준다. 그리곤 내가 원하는 것에 다가갈 수 있도록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가게 해 준다.
글을 쓰는 그 시간은상처받은 과거와 불안한 미래가 없다. 그저 이야기와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나와 이야기를 듣는 현재의 나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