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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밤이 Jun 19. 2024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순간

채집하기, 돌아보기, 발견하기

감정 혹은 영감의 순간을 채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음악으로 만들 수 있다. 휴대폰이 발달하면서 이런 순간들을 채집하는 것이 간편해졌다. 일상 대부분이 휴대폰에 내장된 카메라의 찰칵 한 번으로 저장이 가능하고 각종 그림 그리기와 사진보정 앱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를 택하기도 하는데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물론 그림과 사진에 자질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를 선택한 이유는 쓰는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쓰고 나면 나를 가장 잘 아는 이와 좋은 대화를 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은 마음 혹은 사고에 균열이 일어날 때인 것 같다. 믿고 있던 것이 깨지고 균열이 일어나는 상황은 삶 속 여러 관계일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상실일 수 있으며 영화, 소설, 강의, 전시  등 다양한 예술장면들을 마주했을 때 일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상황이 주는 균열 사이로  질문이 생겼을 때 글을 쓰고 싶다.


'너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니?'

'그 느낌의 이유는 무엇일까?'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의 '나'가 답을 내어준다. 쓰인 글은 뒤돌아서서 나를 응시한다. 그리고선 나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온다. 바라봐준다. 안쓰러워 한다. 쓰다듬어 준다. 그리곤 내가 원하는 것에 다가갈 수 있도록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가게 해 준다.


글을 쓰는 그 시간은 상처받은 과거와 불안한 미래가 없다. 그저 이야기와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나와 이야기를 듣는 현재의 나만 존재한다.

 

지금 여기에 온전한 나와의 마주함,
글을 쓰고 싶은 순간은
나를 만나고 싶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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