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훠궈야에서 처음으로 훠궈를 먹어보고 맛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훠궈를 검색해보았고, 하이디라오가 더 높은 수준의 식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 방문했는데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강남역에 있는 서초지점으로 처음 방문했을 때 너무 많은 사람들에 놀랐고, 생각보다 깔끔하고 큰 것에 또 놀랐다. 1시간을 대기해달라고 해서 여자친구와 여자친구 사촌언니와 노티드 구경을 했다가 20분을 남기고 다시 방문했고, 여기서부터 새로운 경험의 시작이었다.
1. 종이학 접기
서비스 기획자로서 이 부분은 경험 설계 차원에서 기억해둘 만한 포인트였다. 물론 상위 기획을 따라 내려오는 논리적인 포인트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우리가 이 식당을 이야기하는 첫 번째 소재로서 꽤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다. 대기를 하는 그 지루한 시간에 대한 완전한 사고 전환을 만들어줬다. "종이학을 1마리 접을 때마다 100원 할인. 최대 200마리로 2만원할인" 우리가 그 멘트를 읽는 순간, 세 명은 자연스레 분업을 하기 시작했고 수다쟁이인 나는 입다물고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머리는 대충 옆으로 접어!", "이것도 학이지?" 다들 몰입했고, 너무나도 짧은 시간... 15마리를 접었다. 1,500원의 할인. 이 경험의 마법은 우리에게 식사 대기를 더 오래 하고 싶게 만들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어떤 선택지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경험을 선사했다. 빨리 식사를 하는 행복 또는 더 많이 접어 할인을 더 받는 행복. 물론 우리도 가난하지 않았다. 하지만 1~2천원도 우리를 움직이게 했고, 노티드를 다녀오지만 않았다면.. 만원도 가능했을텐데라는 생각까지 느끼게 했다. 아마 다음번에 방문할 때는 대기가 있기를 바라게 될지도.
2. 청결과 친절
사실 많은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특히 식당이나 백화점 등 공공장소에서 중국말이 들리면 더더욱 그러한 경향이 있는 듯하다. 다른 사람들이 없다 해도 나는 아직 그랬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무례'와 '더러움'이라는 이미지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그것들을 말끔해 해소해주는 중국인 집단을 경험했다. 그리고선 반성했다. 어느정도냐면 과잉 친절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까지 친절함을 느꼈다. 물론 설계된 경제논리의 친절 일지 몰라도, 글쎄 나는 친절하다고 느꼈고 고마움을 느꼈다. 안경을 나를 위해 1회용 안경닦이도 챙겨준다든지, 메뉴를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한다든지, 다른 일행의 외투를 포개어 그 위에 담요를 덮어준다든지, 우리가 소스바를 이용할 때 간단하게 조리한 음식을 내어준다든지. 놀라기도 했고 기분 좋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더러운 순간들은 없었다. 그릇을 치우러 나오는 사람들은 머리에 비닐망을 쓰고 있었고, 소스바에서 흘릴 수 있는 소스와 재료들도 갈 때마다 치워져 있었다. 좋은 경험이 쌓이고 있었다.(테이블에 무선충전기가 있어서 핸드폰을 맡기지 않고 충전되는 것 또한 플러스)
3. 메뉴의 확장성
나는 중국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해도, 음식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며 이미 중국 식문화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훠궈를 먹으면서 또 많은 생각을 했다. 조사를 해서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그냥 느낀 대로 말해본다면, 그들의 음식 활용은 매우 넓고 다양했고, 확장성이 좋은 형태라고 생각했다. 이런 걸 느낄 수 있는 것은 한국형 훠궈를 팔았던 훠궈야에서는 불가했던 것이다. 정통으로 중국식으로 접한 것의 장점이 분명 있었다. 토마토라는 건 우리 인식에 서양의 기본 재료인데, 중국은 그것을 중국식으로 잘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가 설탕에 비벼 먹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돼지뇌, 오리내장 등 처음 보는 식재료들도 메뉴에서 볼 수 있었는데 시키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 사고의 확장이었다. 돼지 뇌라니. 그런데 그런 재료들이 여기서는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면 그게 놀라운 점이다. 훠궈의 국물은 4개로 나눠져 있고 얼마든지 국물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고, 거기에 재료들조차도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는 모듈형이다. 소스바도 마찬가지다. 이 가게의 과거는 모르지만, 구조만으로 본다면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도 기대가 되는 메뉴였다.
4. 총평
가게를 갔던 셋 모두가 처음 간 곳이었는데, 즐거웠다. 자리도 좋았고. 아직 익숙지 않은 맛도 분명 있었지만, 그냥 한 끼를 때운 것이 아니라 밥만 먹었을 뿐인데도 좋은 경험을 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여행 온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위에서 말한 것들을 전달하는 스몰토크의 소재로도 활용되었다. 심지어 어떤 면을 시키면 면을 반죽(?)하는 쇼를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 그런 것까지 따지면 경험의 측면에서 다양한 매력이 있는 식당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은 싸지 않지만, 싸게 받지 않을 만한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