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엔 좋은 교재들이 많다. 보고 배울 것도, 보고 배우지 말아야 할 것도. 맘처럼 안되고 답습하는 게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늘 자각하며 잊지 말도록 하자.
7월초 우리 조직에서는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틈을 타 워크샵을 갔다. 1박은 선택이었으나 다들 서로 얼굴도 본 적 없는 사이들이라 오히려 많이들 1박을 선택했다. 그 결과는 절반이상의 코로나 양성확진.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확진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업무는 마비되었다. 우리팀도 70% 이상, 어떤 팀은 100%.
문제는 워크샵이 토요일 아침에 해산되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증상이 없는 토, 일요일에 가족과 지인, 친구들을 만났다는 점이다. 확진자 중에는 임산부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어린 아이들과 함께 살기도 했다. 당장은 직원들부터, 그리고 직원들의 주변까지도 어쨌든 회사의 공식행사로 인해 병에 걸렸다. 아무리 요즘엔 코로나가 별 거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에겐 치명적일 지도 모른다. 나도 여자친구가 나 때문에 걸렸는데 여자친구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라 내심 불안하고 실제로도 많이 아팠다.
그러나 이 모든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동안 워크샵을 주최했던 조직의 리더는 아무 말이 없다. 그는 전파자도 아니며 걸리지도 않았으니 조용히 있을 법도 했지만 리더라는 자리에 바라는 리더십은 그런 것은 아니다. 냉정한 성격이든 감정이 없든 그런 개인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문제나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과 관심은 필수다. 실제로 관심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뭐 대단히 걱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냉담하게라도 전체메일이든 공지로라도 현황파악 정도는 할 수 있다. 코로나 걸린 분들은 즉시 보고해주고 공가 5일 쓰고 업무 신경쓰지 말고 몸관리에 힘쓰라고. 혹은 주변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회사로 인해 불편을 끼쳐 유감이라고, 혹시 전파된 상황 정도는 공유해 달라고.
그러나 결국 며칠이 지나 돌아온 것은 워크샵 사진 올렸다는 공지와 각자 자기소개나 올리라는 공지일 뿐이며, 코로나에 걸렸던 임산부 직원과 만나서는 나를 술로 소독을 해서 걸리지 않는다는 헛헛하고 씁쓸한 농담뿐이었다.
수억을 벌고 나름 똑똑함을 내세워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게 멋이 없음을 보고 있자면 그 한 인물 자체로도 씁쓸하지만, 우리가 멋있다고 말 할 사람이 없다는 게,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어른이 없다는 게 더 씁쓸하다. 리더라는 말도 그냥 없었으면 좋겠다. 뭘 리드하겠다는 걸까. 그냥 예전처럼 정떨어지게 전무나 본부장이라고 말해버리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리더십이 없는 리더뿐만 아니라, 리더가 리더십이 없다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직원들도, 지켜보면서 그 어떤 조언이나 피드백이 없는 HR조직도, 혼자 일기에 푸념하는 나조차도 멋이 없어지는 그런 하루다. 그럴 때가 온다면, '나는 그러지 말자' 생각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