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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Latte 젠틀라떼 Mar 25. 2020

[퇴사일기 #30] 나는 오늘도 퇴사를 준비한다

꿈꾸는 삶을 향해 하나씩 준비하자

오늘도 오전 5시 알람을 듣고 눈을 떴다. 더 자고 싶은 마음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마음이 매일 충돌한다. 싸움의 승자는 매번 다르지만 후자의 승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저녁 약속이 많이 줄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빨라졌고, 이에 따라 승률도 높아지고 있다. 


주변에선 '참 부지런하다', '원래 잠이 없냐'라고 하지만, 난 원래 게으르고 잠이 많은 사람이다. 20대 때는 주말에 누가 깨우지 않으면 오후에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도 잠은 꼭 자야 했다. 독하지 못해서일까, 잠 앞에서는 참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럼에도 일찍 일어나고자 하는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한 가지는 퇴사를 하고 싶어서다. 오늘도 마음속에 퇴사라는 단어를 품고 있다. 퇴사가 단순히 재직 중인 회사를 떠나고 싶다거나 혹은 일을 안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기란 어렵다. 이런 점에서 내가 말하는 퇴사는 하루라도 빨리 내가 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FIRE 운동이 활발하다. 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빨리 은퇴하자는 뜻이다. '빨리'라는 시점은 보통 40세 전후다. 물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한다. 내가 FIRE 운동을 처음 접한 파이낸셜 프리덤의 저자 그랜티 사바티어는 30살에 은퇴했다. 20대 중반부터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돈을 벌고, 지출을 줄인 그는 5년 간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 4,000만 원)를 모은 뒤 지금은 블로그 운영과 강연, 집필, 여행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고 있다.


나 역시 FIRE를 꿈꾼다. 40세 전후라는 시점은 다소 버겁지만 최대한 앞당기고 싶다. 은퇴 이후엔 글을 쓰고 여행을 하며 살고 싶다. 뜻이 맞는 지인들과 크루를 구성해 사회적기업을 운영해보고도 싶다. 아이템은 책과 영상, 이벤트 기획과 같은 콘텐츠 비즈니스라면 좋겠다. 적게라도 이익을 내면서, 이익으로는 운영 중인 장학회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었으면 한다. 생각해보면 사실 은퇴가 아니다. 여전히 일을 하고 돈을 벌기 때문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 혹은 구속된 상태에서의 은퇴가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정의야 어찌 됐든 은퇴 이후의 삶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며 기획하고 있다. 그러면서 진정 좋아하는 일과 꿈꾸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모양을 잡아가는 중이다. 이것이 퇴사 준비다. 꼭 다른 일을 알아보거나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것만이 아니다. 책을 읽고, 다양한 공부를 하고, 심지어 가끔 로또를 사는 것 역시 퇴사준비 가운데 하나다. 틈틈이 해야 한다. 타겟이 명확하게 정해진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점은, 가장 중요한 퇴사 준비는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고,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고,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둘 수 있다. 퇴사를 준비한다고 해서 현재의 직장에 절대 소홀해선 안 된다. 완전히 다른 삶을 꿈꾼다고 해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 쌓고 있는 자산이 생각지 못한 미래의 어느 시점에 분명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온다.


나는 오늘도 퇴사를 준비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 순간도 퇴사 준비의 한 페이지다. 비록 재택근무지만 조금 뒤엔 출근해서 열심히 커리어를 만들 것이다. 배우고 꿈꾸는 것을 반복할 것이다. 퇴사 준비에 정답은 없다. 무엇이든 일단 시도하면 된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끊임없이 구상하면서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실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중요한 터닝 포인트나 실행 포인트가 생긴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해서 하나의 큰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나만의 FIRE는 하루 더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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