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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Latte 젠틀라떼 Mar 20. 2020

[퇴사일기 #29] 퇴사는 트렌드도 금기어도 아니다

휩쓸리지 말되 무작정 버티지도 말자

몇 년 전부터 퇴사라는 키워드가 이슈로 떠올랐다. 아주 오랜 시간 존재해온 단어지만, 최근 몇 년 사이만큼 활발하게 공개적으로 이야기된 적은 없었다(보다 정확하게는 아직 은퇴를 논하기에는 이른 3040 세대에서). 트렌드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접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와 서점에서도 퇴사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됐다.


내가 퇴사를 고민하고 결정을 내렸던 시기는 퇴사에 대한 이슈가 점차 퍼지던 때였다. 퇴사를 아이템으로 한 스타트업도 생겨나던 시점이었다. 시류에 편승해 퇴사를 주제로 책을 내볼까도 생각했지만, 여러 이유로 프로젝트는 접고 그때의 기록을 토대로 브런치에 짧은 글을 남기고 있다. 

* 너무 오랜 기간 브런치를 방치해두었음에도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왜 갑자기 퇴사가 트렌드로까지 여겨지게 되었을까?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수가 과거엔 적었을까? 결코 그렇진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 욕을 하고,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서류를 집어던지던 시절도 있었으니 오히려 지금보다 퇴사 욕구가 더 치밀어 오르면 올랐지 덜하진 않았으리라 본다. 다만 직장인들이 직장을 대하는 마인드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퇴사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힙합으로 치면 언더에서 메이저로 이동했다고나 할까(뜬금없는 비유다).


과거에는 평생직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사람들은 평생 동안 직장에 다니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다니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주위를 둘러보면 퇴사 이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나 서점에서도 수많은 케이스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삶의 방식이 다양해졌다. 직장인이라는 하나의 선택지만 바라보지 않고, 여러 길을 가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두려움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서서히 자신만의 길을 준비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고 했다. 다만 어느 방법이든 상관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퇴사가 인생의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흥미로워 보인다고 해서 무턱대고 따라 하면 안 된다. 트렌드를 따른다고 무조건 트렌디해지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비판적인 생각과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절대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사실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퇴사일기 첫 포스팅에도 남겼지만,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음에도 나의 퇴사에는 대책이 없었다. 쉬고 싶다는 바람만 있었을 뿐이다. 운 좋게 프리랜서로 일하고, 맥시멈으로 고려했던 백수생활 1년을 채운 후 다시 취업했지만, 하마터면 커리어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더불어 직장인에서 다시 직장인이 된 것은 결코 내세울 일도 아니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해서 퇴사를 금기어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참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한계에 왔다면 빠른 시일 내에 퇴사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다. 무엇이 지금 나에게,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맞는 선택인지만 생각하면 된다. 정답은 없다. 나 자신만이 안다.


휩쓸리지 말되 무작정 버티지도 말자. 그리고 준비하자. 퇴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리스트를 적고 하나씩 실행에 옮기자. 생각보다 길은 많다. 우리가 몰랐거나 용기가 없을 뿐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가 만드는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스스로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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