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덩이는 빛을 봤다. 약속된 날이 2주나 남았지만 의사 아저씨의 출두 명령에 우리 앞에 섰다.
예상보다 큰 몸무게인 2470g, 호흡도 무난히 우렁찬 울음소리를 뱉으며 우리의 걱정을 덜어주며 2022년 큰 선물을 안겼다.
대학병원 출산은 순산이 없다. 산모나 태아에게 이상 소견이 조금이라도 있는 아이들이 태어난다. 우리 복덩이도 함께 있던 쑥쑥이가 성장을 멈추고 난 뒤 집에서 가까운 이 병원으로 전원을 했다. 양수가 부족하다는 소견이 나와 산모는 수술과 분만 시도의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고 3월 22일 9시 40분 즈음 수술방에 들어갔다.
전날부터 속이 메스껍고 긴장돼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산모가 수술방에 들어가 아이 보호자를 호명하는 15분의 시간은 생애 제일의 긴장과 초조함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태반이 덕지 붙어 있고 잘린 탯줄에 작디작은 아이를 본 순간 나는 복덩이와의 만남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잠시 동안 흐느껴 울다 마음을 추스르고 양가 어른들께 아이 소식을 알리고 산모가 병실에 오기만을 기다렸다.
4인실에 들어와 마취에서 깨어난 산모에게 아이 사진을 보여주고 건강하다는 의사의 말을 전해주었다.
몇 시간이 흐른 후 우리 옆 자리에 다른 수술 산모가 들어왔다. 4인실에 두 자리가 찼다. 그 부부는 우리가 했던 과정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잠시 후 소아과 의사가 와서 그 아이 상태에 대해 소식을 전했다. 아이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집중치료실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산모는 마취에서 깨어나는 상태에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틀이 지났지만 그 아이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은 듯하다. 옆 자리 산모의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고 있다. 우리 부부는 뱃속 쑥쑥이를 보낸 경험이 있어서인지 마음으로라도 함께 울어주었다.
아이 면회 시간이 되면 신생아실에 있는 아이를 보러 산모와 아버지들이 유리창에 모여든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기, 그들은 우리이기도 하다. 다들 사연 있는 출산이기에 아이를 마주하는 순간은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확진자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구분도 되지 않기에 점심도 굶어가며 마스크를 벗지 않고 생활해 왔다. 온갖 걱정에 마음 졸이며 태아를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산모들은 지금 최고의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
그들에게서 우리를 봤고 나는 너를 만난다. 우리 옆 자리 부부의 아이도 얼른 우리의 곁으로 오기를 기도한다. 어떤 위로의 말도 그들에게는 지금 힘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분들도 함께 기도드리길 바라며, 아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부모를 만나기를 빌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