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진 Nov 30. 2021

그날

보내는 이의 마음


 의사의 눕눕 명령(?)이 있은지 거의 열흘만에 아내와 함께 외출에 나섰다. 우리 둘의 축복이었던 쌍둥이 중 하나가 심장이 멎은 지 49일째 되는 날, 우리 부부는 길을 나섰다. 평일에 움직이기 힘든 터라 강해진 햇빛에 이끌려  가까운 용주사에 들러 태명이 쑥쑥이였던 아이의 영을 달래주기 위한 연등을 달아주었다.

11주 차에 탈장 진단을 받고 태아치료로 유명한 유수의 병원들을 다니며 우리 부부는 때론 희망을, 때론 절망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 아마 나보단 아픈 생명을 품고 온갖 상상의 세계에서 고뇌했을 아내의 고통이 결혼 이후 가장 컸을 것이다. 태아의 복벽이 결손 되었다는 확진 이후 아내는 최악의 행동까지 결심하기도 했었다. 매일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민했을 생각에 결국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던 즈음 이 아이는 어미의 딜레마를 해결해주기 위해서인지 스스로의 심장을 멈추고 더 이상의 성장을 포기했다.

 아직 한 아이는 아내의 품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내고 있다. 이 아이의 태명은 복덩이이다. 우리 부부는 부처님께 쑥쑥이의 영을 부탁하며 복덩이가 남은 시간 잘 버티어 함께 마주하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내년 초파일까지는 언제고 시간이 되면 관음전에 달려있을 쑥쑥이를 만나러 오리라.

 마지막에 초를 밝히며 아내는 눈물을 훔치며 쑥쑥이와  작별인사를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 정리가 끝났기에 우리는 남은 복덩이를 맞이할 준비의 시간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날은 오늘같이 따뜻한 해가 함께 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불안이 내재된 환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