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짐하고, 또 해내고, 내년에도 시도하자.
글을 쓰겠다고 브런치를 켰다는 것. 재밌게도 이는 나에게 한 해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행동이다. 글 쓰는 것을 나름 좋아하면서도 꾸준하지 못한 것이 스스로 부끄럽지만, 그래도 매년 이 순간만큼은 정기적이라고 할 수 있으니 위안을 삼아야 할까. 무튼 올해도 저물어간다. 나의, 우리 회사의 1년을 회고하고 내년을 다짐하고자 글을 열어 본다.
올해도 성장!
매년 12월이 되면 내내 팽개치고 달리기만 했던 실적을 비로소 정리해본다. 올해는 일도 바빴지만 여러 가지로 챙길 것들이 있어 참 바쁜 척을 주변에 자주 했었는데, 정리된 숫자를 보니 영 거짓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 원포인트는 올해도 수주를 늘리며 연간 매출 최대치를 다시 갱신하였다. 오히려 작년보다 더 높은 성장폭으로 한걸음을 내디뎠고, 상징적인 앞자리 숫자를 바꿔냈다. CAGR을 계산해 봤더니 창업 이래 34.5%. 페이퍼상으로 제법 예쁜 숫자를 만들었다. 올해도 참 애썼던 나날들..! 휴우- 수고가 참 많았다.
결과적으로 성장한 매출 그래프를 그려놓고 보면 뿌듯한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감정이 희미하다. 종무식에서 우리 직원들한테는 박수 짝짝 우리 짱이야! 라고 했지만, 사실 속으론 아쉬움이 좀 있다. 성장을 바랐다기보다는 확장을, 삽질을, 제대로 된 휴식을 시도해보고 싶었던 나름의 야망이 있었는데..! 어찌 또 쫓기며 살다 보니 올해 제대로 시도를 해보질 못했다. 이 정도면 이게 나의 성향상 한계인가- 싶도록 그 새로운 선택들과 도전이 참 어렵다.
그래도 다들 어렵다고 하는 시기에 매출을 더 해낸 것에 대하여 우리 구성원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올해 새로 충원된 친구도 오자마자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매출의 성장, 조금 과감한 수주를 선택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우리 단단한 팀 덕분이다. 너무 고생했고, 정말 고맙다.
Try Again
갑분 노래 이야기! 올해의 내 개인적인 키워드를 뽑자면 단연 '소수빈'이다. 그는 올해 나의 음악생활을 대략 90% 점유했다. 스포티파이 2024 연말결산에서 나는 소수빈을 가장 열정적으로 들은 상위 0.05%로 뽑혔다. 1년 내내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곧 연말 단독 콘서트도 간다.. 대단한 열정!)
싱어게인3 라는 프로그램에서 그가 리메이크한 노래들이 문자 그대로, 충격적으로 좋았다. 내가 처음 빠져든 곡은 윤상 님의 '넌 쉽게 말했지만' 리메이크였다. 원곡을 워낙 좋아했는데 그의 해석이 새로워서 빠져들었고, 이어서 1년 내내 듣게 된 곡이 있었으니 바로 'Try Again' 이었다.
사실 이 곡은 연인의 이야기다. 한 줄 요약하자면, 우리가 아무리 다투고 멀어져도 결국 나의 선택은 언제나 당신이다..라는 메시지. 원곡보다 더 서사가 있는 구성이어서 이미 만들어진 감동이 충분하였는데, 이 노래에서 묘하게 나는 자신과의 대화처럼 느껴진 구석이 있었다. 나와 너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의 대화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빠져들었다. 어제와 오늘도 아니고, 오늘과 내일도 아닌. 딱 어제의 나에게 미래의 내가 하는 말이길 바랐다고 해야 할까. 몇 가지 그렇게 들렸던 구절을 옮겨본다.
수많은 외침도 서로의 맘에 닿지 못한 채 그렇게 흘러가기도 했지만
먼 길을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난 여전히 같은 맘일 테니까
몇 번이고 다시 무너져도 무의미하지 않아, 한걸음 더 나아가는 거라고 지난날이 말해주고 있는 걸
We'll be alright, please try again.
아마도 나는 대체로 껄껄거리며 대수롭지 않은 척 일을 쳐내왔지만, 벌써 원포인트도 만 9년을 채웠고 나는 피곤했던 것 같다. 다시 이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모든 일들, 선택들은 최선이었을까. 다소간 힘이 빠질 듯 말듯한 마음에 위로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소수빈의 노래에서 위안을 얻었고, 열정적인 팬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내년에도 Try Again 할 것이다.
반복되는 다짐, 분명히 나아간 한걸음
새해 무엇을 다시 Try Again 할지 곱씹어본다. 다소 보수적이고 조심스러운 선택을 하는 나에게 있어 새로운 시도라는 것이 언제나 쉽지 않다. 그 한걸음 한걸음이 과감치 못한 것이 사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그렇게 반복적으로 노래하던 것들이 올해 조금 나아간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공언하고 있는 나의 목표,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일념! 수년째 계속되는 높은 업무강도 아래서도 아직 단 한 명의 퇴사자가 발생치 않았다는 사실이 대표로서 가장 큰 한 걸음이다. 올해도 함께하는 청춘들은 모두 단단히 함께 해 주었다. 그리고 바라왔던 충원을, 아주 적절하고 훌륭한 친구를 알아보고 합류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 또 보폭이 큰 올해의 한 걸음이다.
영 웃을 수많은 없는 농담인데, 우리 직원들은 모두 최종선발 당시에 모두 불합격으로 받아들였었다고 한다. 내가 워낙에 질문도 많았고, 숙고의 시간도 길었기 때문에. 아 떨어졌나 보다- 하고 포기했을 즈음 합격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하하하. 실제로 나는 제법 길게 뜸 들였던 것도 사실인데, 결과적으로 그 선택으로 모인 친구들이 이탈 없이 단단한 실력과 팀워크를 이뤄내고 있으니 과감치 못했을지언정 좋은 선택 아니었을까? (라고 편들어 달라며 징징...)
어떤 주문을 또 외워볼 거냐면, 바로 '위임'이다. 이미 작년부터 그 노래를 시작하였으므로, 내년에는 조금 더 한걸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나름의 방정식을 갖추고, 거기에 상수처럼 존재했던 "나"를 치환해 보는 데에 더 노력을 기울여 볼 생각이다. 이미 실무적인 완성도가 충분한 우리 고참 직원들의 성장 측면에서도 조금 더 폭넓은 경험은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의 역할 일부를 조금 더 소화해 낼 수 있게 된다면, 망설이고 하지 못했던 선택들을 시도해 볼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다. 내년의 목표는 Do less, Lead more.
또 하나, 올해 내내 내부적으로도 소식을 전하고, 시도해 보면서 구성원들에게 전파했던 것은 AI Driven. 이제는 너무 뻔하게 들리는 인공지능에 대한 몰입도를 대폭 올려야만 한다. 올해도 이미 업무의 일부는 AI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다. 이는 우리 일을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가장 우리가 잘하는 팀이어야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오리라는 점에서 강조, 또 강조하였다. 나 스스로도 마찬가지. 인공지능의 깊숙한 활용을 위해 누구보다도 가장 많은 노력을 해 볼 생각이다. AI based 디자인 컴퍼니가 되어 더 완벽한 파트너가 되어 드리리.
대표님은 목표가 뭐예요? 원포인트의 차별점은 뭐예요?
올해 회사에 합류한 친구가 면접 때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세상에 이렇게 멋있는 질문을 할 수가 있다니. 포폴도 좋았고, 면접 애티튜드도 참 좋았는데 이 마지막 질문에서 나는 이 친구에 대해서 확신을 했던 것 같다. 그래, 나의 목표 말이지!?
내가 이 일을 업으로 하고 대표 명함 내민 지도 벌써 내년이면 10년 차이고, 매번 똑같았던 것 같아도 프로젝트 폴더를 열어보면 작업의 성향이, 고객의 영역이, 디자인의 톤 앤 매너가 바뀌어 왔던 게 사실이다. 명확히 정의해 두진 않았지만 나는 어떤 흐름에 따라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방향을 바꾸어 왔던가.
나는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디자인하는 전문가'로서, 그 본질을 항상 가장 잘하는 존재이고 싶다. 그 이야기는 사업제안이 될 수도, 담화가 될 수도, 어떤 홍보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을 원하는 많은 이들이 있는 시장에서, 가장 적당한 툴을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일의 대부분이 파워포인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는 새로운 변화에 맞춰 툴도 새로 배워야 할 것이고, 기술도 익혀야 하겠지. 인공지능의 도움도 받아야 할 것이다. 도구와 방식이 변할지언정 우리의 본질, 이야기를 잘 포장해 내는 디자이너로서의 사명은 바뀌지 않는다. 그 본질을 유지하면서 바로 오늘 필요한, 써야 할 도구를 가장 잘 쓰는 스튜디오가 되는 것. 그것이 원포인트의 목표라고 답했다. 그 생각은 예전부터 변함없었고, 변함없을 기둥 같은 것이다.
그러한 목표 하에 움직여 온 것이 우리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보기 좋은 그림으로 바꾸는 개념이 아니라, 슬라이드의 앞뒤를 먼저 체크하고, 전체 흐름상 빠진 꼭지와 투머치한 꼭지를 체크해서 역제안하고. 고객이 가진 아직 투박하지만 멋진 그 콘텐츠를 가장 매력적으로 깎아내는 일. 단순히 편집 기술인이 되면 안 되고, 기획자로서의 시야를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 시각과 노력을 고객도 알아주기에 어려운 이 시기에도 우리는 성장했고, 그것이 또 우리의 강점으로 다듬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을 우리의 통찰이 되리라 믿는다.
어떠한 형태로든, 내년도 성장!
이제 원했던 충원도 마쳤고 잘 적응해 가고 있고, 기존 팀원들의 숙련과 소통의 깊이 또한 자리를 잡아간다는 생각 때문인지 지난해 이맘때보다는 걱정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경제적인 환경, 정치적인 불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지만 내년 나의, 원포인트의 성장을 의심치 않는다.
매출은 이제 더한다 덜한다 딱히 예측을 하지도 않기로 했다. 좀 덜해도 괜찮다. 마음먹은 대로 인공지능을 더욱 깊이 쓸 수 있게 되고, 앞서 나가는 존재가 되는 게 더 중요하겠다. 우리 소임의 본질을 잊지 않고 아래 올해처럼 단단한 팀으로서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 어떤 형태로든 한걸음 더 나아가 있을 것이다. 대표로서 그 길을 빨리 먼저 두드려보고, 여기저기 살펴 이끄는 역할을 해내야지. 다시금 다짐한다. Try Again, Again, Again!
원포인트에, 그리고 저라는 사람에 관심을 갖고 여기까지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왔고, 비관적인 글이 아닌 활기찬 다짐을 할 수 있는 용기로 글을 마칩니다. 내년에도 더 많은 재밌는 일들을 나눌 수 있는 흥미로운 아저씨(;;)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