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병에 대하여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오늘이 토요일인데 이번 주에 있었던 일들이 아득한 예전 일들처럼 느껴진다. 캘린더를 보면 이번 주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코칭 자격을 따기 위해서 많은 시간 코칭 실습을 했고, 1년에 한 번 하는 건강검진을 위해 와이프와 병원에 다녀왔다. 와이프 생일이었던 수요일에는 영화관에서 인사이드아웃2를 봤다. 먼저 본 딸아이가 인생영화라며 추천해 줘서 봤는데 나름 재미있게 봤다. 목요일 밤에는 책 쓰기 웨비나에 참여했고, 어제는 회사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 면접을 보고 왔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원인은 과거로부터 엄청나게 축척되어 온 생각이라는 잡음이 현실의 오감을 통해 느끼는 정보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은 새로운 자극을 얻기 위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몰고 가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사고병, 즉 '생각병'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20대는 20km, 30대는 30km, 40대 때는 40km로 시간이 흘러간다는 말이 그냥 우스게 소리인 줄 알았는데 사실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는 그것이 '생각'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무지해진다고 주장한다. 한때 모 에너지회사의 광고에서 ‘생각이 에너지’는 카피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이는 우리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한 시간에 이천가지 이상의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생각을 헤아려보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내 생각이 몇 개나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은 분명하다.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생각들, 그러다가 머릿속에 오래 머물러서 길게 생각하게는 것들. 잠깐도 쉬지 않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머릿속이 비어 있으면 빨리 채워야 하는 강박 같은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잠깐이라도 지루해지면 스마트폰을 보는 것으로 정보를 집어넣는다. 계속 생각하도록 노력하는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
생각병을 없애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무의미하게 사용하는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은 잠깐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찾아보거나 영상을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쓸데없는 정보를 계속 머릿속에 넣는 일이다. 혹은 SNS를 계속 들여다보는 것도 문제이다. 내가 올린 글에 사람들이 얼마나 반응을 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수시로 보게 된다. 집착에 가까운 행동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시간을 정해놓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일을 하면서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오후에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하고, 양치질을 하면서 내일 가족들과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한다. 심지어 상대와 대화를 하면서 내일 갈 곳을 찾아보고 예약을 하기도 한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생각병을 없애기 위해서 지금 감각에 집중하라고 얘기한다. 지금 나처럼 노트북으로 글을 쓸 때는 손가락 감각, 촉감에 집중해서 그것을 의식화하라는 것이다. 신체가 접촉하고 있는 감각에 귀를 기울이고, 하나의 행위에 몰두하는 것이다. 설거지를 할 때는 설거지에, 책을 볼 때는 책 내용에, 대화를 할 때는 상대가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생각병을 없애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나는 내 삶을 온전히 느끼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무의미하고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줄이고, 지금 내가 접촉하고 있는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내 삶의 속도가 지금보다는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