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서울 출장을 가게 되었다. 차가 많이 막히는 금요일에, 서울 강남 한복판인 코엑스로, 그것도 회사차를 운전해서 말이다. 창립 119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창립기념일은 10월 27일이다. 이날이 일요일이라 앞당겨 10월 18일에 개최되었다. 올해 행사는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다. 대한적십자사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 훈포장이 수여되는 뜻깊은 행사이기 때문이다. 청주에서 창립기념식에 참석할 인원은 회장님과 임위원, 수상자, 직원 등 총 10명. 편하게 움직이려니 스타리아 한 대랑 승용차 한 대가 배차됐다. 행사만 보고 곧바로 돌아올 일곱 명은 고속도로 전용차선을 타기 편하게 스타리아로, 기념식 후에 회장단 회의까지 마치고 늦게 돌아오게 될 세 명은 승용차에 탑승했다. 내가 승용차 운전을 맡았다.
10시에 출발해서 30분쯤 달렸을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회장님을 뒷자리에 태우고 혼잡한 도심을 가로질러 갈 생각을 하니 긴장이 살짝 되었지만 양재IC까지는 잘 빠져나갔다. 가까운 식당인 구수옥 본점에서 만나 점심을 다 같이 먹기로 했기에 티맵이 알려주는 대로 과천방향으로 나가려고 우회하는데 속도 카메라가 있는 걸 뒤늦게 알아챘다. 40km 속도 제한 구역이었는데 계기판을 보니 60km에 가까웠던 것 같다. 운전하다 딱지 끊으면 운전자가 내야 하는데. (300km 왕복 운전도 마다하지 않고 갔다 오는데, 회사로 딱지 날아오면 정말 속스릴 껏 같다. ㅎㅎ) 그런 불상사가 없기를 바라며 식당으로 이동했다.
'서울에서 주차하기 쉬운 곳 찾기 힘든데 여긴 주차도 편하고 좋았어요'라는 리뷰가 있어서 찾아간 곳인데, 너무 지방생각을 했나 보다. 주차장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큰 주차장을 떠올렸었다. 역시 서울은 서울이다. 빨리 먹고 가야 해서 주문을 일괄 받았다. 설렁탕으로 통일했고, 음식은 금세 나왔다. 먹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L부회장님께서 오늘 식사 결재를 조용히 물어보시길래 "사무실에서 처리할 겁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본인께서 사시겠다고 곧바로 결재하셨다.
비가 거세어서 커피는 일단 코엑스에 간 뒤에 마시기로 했다. 코엑스에 들어가서 행사장부터 찾아갔다. 일찍 갔지만 행사장은 서울과 경기, 그리고 각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천 여석 규모의 행사장은 이미 자리가 많이 찼다. 접수를 마치고, 회장님과 봉사자 그리고 수상자별로 배정된 좌석을 안내해 드렸다. 행사는 2시부터 시작되었다. 정부를 대표해서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43년간 5만 8천 시간 봉사활동을 한 임영자 봉사원님, 1973년부터 747회 헌혈을 한 헌혈왕 황의선 님, 누적 기부액 43억 원에 달하는 김영자 숭산나눔재단 이사장님에게 정부훈장이 수여됐다. 이밖에도 국민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장관상, 회장상 등 표창은 이어졌다. 국제적십자위원회와 국제적십자사연맹 총재의 영상메시지도 있었다. 행사 연출도 축하 무대도 좋았고, 상의 훈격도 높아 가슴 뭉클한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시상식과 축하공연 등 기념식은 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먼저 돌아갈 팀을 보내고, 나는 회장단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니 5시가 되었다. 지역별로 돌아갈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다시 청주를 향해 출발했다. 경부고속도로로 갈 줄 알았는데, 티맵이 강일IC 쪽 중부고속도로로 안내를 했다. 그 길을 따라가 보니 서울 도심에서는 거북이걸음을 하기도 했지만 고속도로로 진입하니 차가 심하게 막히지 않았다. 음성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청주 사무실에 도착하니 밤 9시였다. 경부고속도로로 왔다면 밤 10시에나 도착하지 않았을까. 다음 달에는 우리 지역의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연차대회가 열린다. 본사 행사를 잘 보고 돌아왔으니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