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팀장이 되고 몇 달 일해 보니 '조직은 바다에 떠 있는 배와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한 배를 타고 가는데, 배는 계속 흔들리면서 나아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직장 내에는 갈등이 존재하고, 일은 어찌나 매번 새롭게 일어나는지. 평소에는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는 것처럼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지만, 변화가 생기면 태풍을 만나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것처럼 조직이라는 배는 크게 흔들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럴 때면 다시 안정을 찾을 때까지 중심을 잘 잡으면서 하는 일 하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10월은 격랑을 헤쳐가야 하는 변화의 달이었다. 부서원 중 K과장이 본사로 소속을 옮겨 정부부처 파견을 가게 되었다. 15년 차 에이스 과장이 빠져나간 자리는 비슷한 경력자가 아닌 신입직원이 오게 되었다. 10월부터는 늘 반복되는 월중 업무 외에도 해외봉사 입찰이나 법정회의처럼 굵직한 일이 잡혀 있다. 새로 오게 될 직원은 발령 전에 이미 장기 휴가를 계획해 놓은 상태라 일시 공백이 불가피했고, 또 아무리 신입의 능력이 뛰어나도 선임의 자리를 곧바로 대체할 수는 없기에 업무상 구멍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전환기의 혼란은 다 같이 풀어야 한다는 말처럼, K과장이 떠나간 자리 업무를 나와 믿음직한 L대리가 나눠 맡으면서 처리했다. 신입직원도 휴가에서 돌아온 뒤에는 평일 야간, 주말에도 나와서 본인의 업무를 익히고 처리해 나가는 데 시간을 쏟았다. 그렇게 이번 주 목요일과 금요일 각각 중요한 법정회의까지 잘 마쳤다. 산으로 치자면 이제 7부 능선을 오른 상태. 11월 중순에 있는 250명 규모 연차대회 행사만 잘 마무리하면 된다.(난 이 행사의 준비와 사회를 봐야 한다) 요즘 만나는 직원마다 내게 피곤해 보인다고, 고생 많다는 소리를 자주 했다. 10월은 책을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할 정도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여하튼 10월을 바쁘게 보내고 나니, 크게 흔들리던 배가 안정을 찾아가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또 새롭게 적응해 간다. 사람은 바뀌고, 일은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