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성경] 89화, 생명책, 행위책, 기념책이 증언하는 사랑의 비밀
성경은 반복해서 '하늘의 책들'을 말한다. 요한계시록 20장에서는 모든 인류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고, 책들이 펼쳐지는 장면으로 마지막 심판이 시작된다. 그 장면은 우리 가슴에 무거운 질문 하나를 던져놓는다.
"도대체 그 책에는 무엇이 적혀 있는가?"
많은 사람이 짐작한다. "죄 목록이겠지. 내 인생의 성적표 같은 거." 그런데 성경이 들려주는 답은 예상 밖이다. 성경에는 세 권의 책이 등장한다. 우리가 정리해보지 못한 세 권. 생명책, 행위책, 그리고 기념책.
세 책은 우리의 영원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세 책은 심판과 공포의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이 자녀를 기억하려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걸 알아차리는 순간, 세 책은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오히려 위로가 된다.
첫째, 생명책은 구원의 자격을 못 박는 책이다. 요한계시록 21장 27절과 누가복음 10장 20절에서 분명히 말한다. "생명책에 기록된 자만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은 합격자 명단이 아니다. 하나님이 오래전부터 우리를 기억하고 계셨다는 선언이다. 신앙은 내가 하나님을 찾은 것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하나님이 나를 먼저 기억하신 것에서 출발한다.
둘째, 행위책은 우리의 일생을 평가하되, 얼마나 했느냐가 아니라 왜 했느냐를 본다. 고린도전서 3장 13절은 "불이 각 사람의 공적을 시험할 것"이라 말한다. 불은 실적의 양을 태우는 게 아니라 동기의 진실함을 태운다. 같은 설교, 같은 봉사, 같은 헌신이라도 '왜 했는가'에 따라 어떤 것은 재가 되고 어떤 것은 금이 된다. 행위책은 삶의 평가표가 아니다. 사랑과 동기, 그리고 영혼의 방향을 드러내는 하나님의 저울이다.
셋째, 기념책은 매우 특별하다. 말라기 3장 16절은 "여호와께서 경외하는 자를 위해 기념책을 기록하셨다"라고 말한다. 히브리서 6장 10절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사랑과 섬김을 "잊지 않으신다"라고 선언한다. 시편 56편 8절은 더 놀랍다. "당신은 나의 눈물을 병에 담으셨나이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하나님은 기억하신다. 기념책은 사랑과 눈물의 기록장, 은밀한 헌신의 앨범이며 하나님의 개인 일기장 같은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이다.
세 책 전체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나는 너를 잊지 않았다."
우리는 세 책을 심판의 도구라고 여긴다. 그런데 성경을 따라가 보면 오히려 정반대의 풍경이 나타난다. 생명책은 "너는 내 것이라"라는 구원의 선언이고, 행위책은 "나는 네 싸움을 알고 있다"라는 격려의 기록이며, 기념책은 "나는 네 눈물 하나도 잊지 않는다"라는 위로의 선언이다.
세 책은 우리의 실수를 기록하려는 장부가 아니라, 우리의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진첩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잘못보다 당신의 자녀가 어떻게 사랑했는지에 훨씬 더 관심이 있으시다. 성경은 하나님의 이 섬세한 마음을 '기억'이라는 단어로 되풀이해서 표현한다.
천국의 상급은 얼마나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사랑했느냐에 달려 있다. 에베소서 3장 18절은 사랑을 넓이, 길이, 높이, 깊이라는 다차원 구조로 표현한다. 사랑의 넓이는 “누구까지 품었는가”의 질문이다. 사랑의 길이는 “상황이 달라져도 그 사랑이 지속되었는가”의 문제다. 사랑의 높이는 “그 모든 헌신의 중심이 내 영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이었는가”를 묻는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깊이는 “고난과 눈물 속에서도 그 사랑이 남아 있었는가”를 판단한다.
상급은 공로의 보상이 아니라 관계의 열매다. 신분은 동일해도, 영광은 동일하지 않다. 천국은 평등하지만, 사랑의 깊이에 따라 각 사람은 서로 다른 자리로 초대된다. 천국은 경쟁이 아니지만 평가가 있고, 비교는 없지만 분명한 차이는 존재한다.
구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골인 지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며, 도착이 아니라 초대장이다. 구원은 면허증이 아니라 ‘구원자 올림픽’의 출전권이다. 인생은 경기장이며, 나의 업적은 기록이 아니라 기념책에 남을 사랑의 흔적이다. 그렇다면 오늘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는가? 사실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분명하다. 하나님은 우리의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을 보신다. 밝은 무대가 아니라 은밀한 눈물을 보신다. 큰 행사보다 작은 결단을 존귀하게 여기신다. 그리고 그 모든 흔적은 그분의 책 속에서 이렇게 남는다.
"나는 그날을 잊지 않았다."
세 책의 전체 메시지는 단 하나다.
"나는 너를 잊지 않았다."
하나님은 우리의 실수를 기록하려는 분이 아니다. 우리의 사랑을 놓치지 않으시기 위해 기록하시는 분이다. 생명책은 사랑의 시작이고, 행위책은 사랑의 경주이며, 기념책은 사랑의 기억이다. 천국의 심판대는 두려운 법정이 아니라, 하나님이 미소 지으며 기다리시는 재회의 자리이다. 구원은 출전이고, 오늘은 경기장이다. 당신의 하루는 지금,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가?
허두영 작가
현) 인천성산교회 안수집사, 청년부 교사
현) 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 요즘것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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