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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머리 Oct 22. 2021

음주 귀가(飮酒歸家)

카테고리 남자

어릴 적 어느 늦은 밤 어머니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술이 얼큰하게 취해서 들어오시는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그 늦은 시간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는거며 술은 왜 그리 많이 마시는지 제발 그 짓 좀 그만하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버지를 다그 치셨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런 앙칼진 잔소리에도 아량곳 하지 않고  두발을 휘청 거리며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내가 자는 모습을 보시곤 조용히 나가셨다.

그때  아버님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와 탄 고기 안주 냄새는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친구들과 술을 잔뜩 마시고 버스도 끊긴 늦은 시간에 택시 타고 집에 도착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자  

와이프는

"애들에게 창피한 짓좀 그만하고 술좀 그만 마시고 몸 생각 좀 해"라고 하고

어머니는  와이프에게

"남자가 밖에서 술 마시고 늦을 수도 있지 사고 안 나고 무사히 들어와서 다행  아니냐" 라고 하셨다.


난 이런 두 여성의  상반된 근심도 아량곳 하지않고 두 아이의 방에 들어가 예전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잠자는 모습을 보고 문을 닫고 나왔다.


아마 어린 딸과 아들은 술 취한 아빠의 체취와  두 여인의 상반된 입장차의 목소리를 잠결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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