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왜 일하는가?’ 첫 장을 읽다가
<왜 일하는가?>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일희일비를 반복하며 고민하는 내게 교회 전도사님이 추천해주신 책으로, 첫 장 '왜 이렇게 일이 많은가?'의 후반부를 읽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난 오늘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최근 며칠, 몇 주동안 나의 일, 직장, 그리고 꽤나 오래 방치했던 나의 꿈 등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들이 있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불안하게 하고, 잦은 현타를 갖게 하는 걸까?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쳐내느라 기진맥진 해지는 그런 삶에 만족해야 하는 걸까?
반복적으로 주어지는 일주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직장에서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내 생활, 내 시간의 우선순위를 정해 몰입할 준비,
그리고 우선순위에서 탈락한 일들은 내려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정했다던 그 우선순위는 이직하기 위한 이력서 준비와 영어성적 갱신, 직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관련 자격증 취득 등에 있었다.
그리고 나의 우선순위로 떠오른 이직의 이유는, 지금 직장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남은 긴 인생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그 경쟁력이 더 이상 쓸모없는 세상이 된다면? 그런 인생이 펼쳐진다면?
아니, 그런 것 다 필요 없고 내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우리는 그칠 수 없는 일의 흐름 속에 삽니다...
이 땅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지, 어떤 일에서 진정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추구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 보기를 바랍니다. (조정민 저서 ‘왜 일하는가?’ 중)
고작 영어공부 1시간, 직무 공부 1시간 더 하는 것이 내 마지막이 된다고?
세상 렌즈로 볼 때 너무나 중요해 보이던 그 일들이 갑자기 한없이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물론 나는 내일 죽지 않는다. 하지만 내일이 나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을 때 오늘의 내가 남기는 것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바로, 글이 아닐까.
나는 글을 쓰는 그 시간 자체를 사랑한다. 타인의 삶, 그 안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경험과 감정을 엿볼 수 있는 글을 만날 때 즐거움을 느낀다. 글은 별도의 수정 또는 삭제 조치가 없다면, 일단 쓰이면 휘발되지 않고 남기에 순간의 생각과 마음도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다.
우주의 먼지와도 같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존재했던 한 사람이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고 살아갔는지 마음만 먹으면 가장 쉽게, 그러나 가장 왜곡 없이 진실된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다. (솔직하게 적을 경우)
진심 어린 그 기록이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겠지만, 단 한 명의 누구라도 위로와 공감을 느끼는 매개체가 될 수 있겠지.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당장 내 앞에 닥친 현실의 계단을 오르기 위해 치러야 하는 숙제들(앞서 말한 업무, 공부, 시험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경제활동 준비 등)을 모른 체 외면할 수는 없으나
나는 걷기 위해 땅을 밟듯 글을 쓰겠다.
땅이 꺼지면 그 위의 계단도 없듯,
계단을 오르겠다는 눈앞의 욕심과 그 욕심 때문에 할 일들에 밀려
내 애정과 생명력을 흠뻑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제쳐두지는 않으련다.
나는 땅을 밟아야겠다.
나는 나를 위해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