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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뜻지 May 27. 2022

너무 정확해지는 건 싫어

어쩌면 노래도 사람도 이 세상도

새로 좋아하는 노래가 생겼다. 멜로디도 가사도 좋아서 계속 계속 들었다.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귀에 어렴풋이 들리는 가사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하루 끝에 잠들기 전 이 노래를 또 한 번 듣고 싶었다. 노래 가사를 전부 제대로 알고 싶었다. 내가 사용하는 유튜브 뮤직 어플에는 이 곡의 가사가 제공되지 않아서, 가사를 따로 입힌 영상 콘텐츠를 검색해서 재생시켰다.


그런데 문자 그대로의 가사를 눈으로 읽으며 이 노래를 공부하듯 감상하기 시작하니 어쩐지 마음은 집중되지가 않았다. 너무 정확해지는 것이 왠지 싫었다.


이 노래를 자연스럽게 익혀 가는 것이 더 좋았다. 가사가 보이며 노래가 흘러나오는 그 영상을 급히 껐다.

너무 정확해지는 게 싫었다. 내 마음에 쏙 들어 줄곧 듣고 싶은 이 노래를 들려오는 대로 듣고 마음으로 집중해 알아갈 기회를 잃는 것 같아 싫었다. 그때그때 나의 기분, 관심, 마음 상태에 따라 비로소 들려와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가사들을 너무 급하게 모두 파악해버릴 것만 같았다.



원래 나는 노래 가사를  외우지 못한다. 외우려노력 없이, 가사를 문자로 읽지 않고 목소리를 얹은  내게 오는 모양대로 만나서 그런지.


가수 민수의 '섬'이란 노래가 너무 좋아서 모든 가사를 숙지하여 곡의 의미를 더 잘 알고 싶지만, '너무 정확해지는 건 싫어..'라고 생각하며 다시 귀와 마음으로 듣게 되는 밤이다. 이런 생각은 또 처음이라 신기하다.

그저 노래 하나를 조금씩 꺼내 아껴 듣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찰나의 지금 느낀 감정이 사람과 세상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는 범위로 확장 인식되어 살짝 두려운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다. 이 심리가 새롭고, 또 기억하고 싶어 얼른 글로 적어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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