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책을 보고 있으셨고, 낮잠을 잘 때도 항상 팔 닿을 거리엔 책이 활짝 펼쳐져있었다. 도서관 옆으로 이사를 가서 우리들을 자주 도서관에 데려가기도 했다. 막냇동생은 청주시립도서관 1층 어린이 열람실의 책을 거의 다 읽었을 정도로 엄마는 매일 우리에게 책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수능 언어등급은 처참했기에 한동안 엄마의 노력이 효과가 없었나, 했다.
그러다 꿈을 잃고 방황하던 스물넷 내게 인생 첫 번째 '다독의 시간'이 찾아왔다. 한 달에 15~20권을 읽었을 정도로 눈을 뜬 순간부터 감을 때까지 책에서 관심을 떼지 않았다. 내가 왜 이렇게 책에 집착하는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책을 읽었다. 그렇게 6개월쯤 미친 듯이 보고 나니 이제야 나 자신의 모습이 인지되면서, '아 책에서 답을 찾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삶의 길이 책에 있을 거란 생각에 집착을 했던 거 같다. 분명히 책은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나의 길은 내가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성장의 시간이었다. 나의 은사님의 말마따라, 10권의 책보단 1번의 경험이 더 값지다는 걸 배웠다.
책에 대한 집착을 한 번에 끊을 순 없었다. 책 읽기는 내가 잘살고 있음을 나 자신에게 보장하는 일종의 보험 같은 거였다. 몇 년에 걸쳐 집착이 서서히 적어지더니 이제야 책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게 되었다.
서른이 된 지금, 가끔은 한 권의 책을 몇 개월에 걸쳐 보기도 한다. 병렬독서도 서슴지 않는다. 요즘은 또 너무 안보나 싶기도 한데, 이 또한 어떠랴.
언젠간 다시 한번 '다독의 시간'이 온다면 그땐 전과 같은 집착이 아닌 여유로 가득 차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