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이 떨어지나 봅니다.
재작년쯤 집 근처에 카페가 새로 들어섰다. 원래 반려견 호텔이 있던 곳이라 규모가 컸다.
집에서 글을 쓰다가 답답하면 거기 들어가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마무리지었다.
새로 생겨서 그런지 초반에 손님이 별로 없었고 커피를 내주던 아르바이트생이 나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여자분이었다.
종이 한 장 없이 노트북을 또닥거리는 나에게 다가와 마카롱을 건넸다.
이게 뭐죠? 묻는 나에게 서비스로 주는 거라며 붙임성 있게 웃는 그 여자분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내가 글을 쓰러 카페에 종종 온다는 것. 근처 초등학교 학부모라는 것. 내 나이 등을 알게 된 그녀는 자신의 소개도 잊지 않았다. 나이는 50대 초반이고 큰아이는 대학 졸업반인데 막둥이가 초등 3학년이라는 것. 알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뒤로 가끔 카페를 갈 때마다 그녀는 친근하게 인사를 했고 나 역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
딱 거기까지 했으면 좋을 뻔했다.
내가 갈 때마다 주문한 메뉴 말고도 그녀는 마카롱 한 두 개 정도를 서비스로 주었다. 알바 신분인 그녀가 베풀 호의인가 싶어 거절했지만 괜찮다며 계속 줬다. 아니. 내가 안 괜찮다는 건데. 부담스러웠다.
카페에 가서 내가 주문하는 건 항상 똑같았다.
어딜 가든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만 주문하는 나는 우수 고객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종종 눈치껏 빵이나 쿠키를 포장으로 구매했다. 달달한 것을 안 좋아하는 내가 먹을 메뉴는 몇 개 없었고 그중 마카롱은 내가 특히 싫어하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서비스로 준 마카롱을 그대로 쟁반에 되돌려 주기 시작했고 그녀 역시 마카롱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런데 이게 또 신경이 쓰였다.
그녀의 손을 잡고. 사실 마카롱을 안 좋아한다 말을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먹어야 하나. 아니지. 눈치도 없네 마카롱이 자신 있으니 먹어보고 좀 사가라는 메시지 아니었을까. 갓 오픈한 카페 매출에 뭔가 도움이 되어야 하는 건가? 머리가 복잡해졌다.
마지막으로 그 카페를 갔던 날. 좋아하지도 않는 마카롱과 빵을 잔뜩 사고는 발길을 끊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이 분명했다.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사회성이 다른 구성원들과 적절한 교류를 원만히 이어나가는 것이라면 내 경우 그 경계가 애매했었다.
나의 살아온 모습을 살펴봤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리는 장소를 좋아하고 특히 패밀리 레스토랑에 혼자 앉아 점심을 만끽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고깃집에 들어가 혼자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서빙하는 분에게 이모 언니. 불러가며 마늘 조금만 더 주시면 안될까용? 윙크라도 날릴 수 있다.
학교 다닐 땐 반장 부반장도 많이 했었고 아이들이 떠들면 특유의 내 중저음 목소리로 "야아. 조용히 해~~" 경고도 야무지게 날린다. 장기자랑 시간엔 앞에 나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연극반에선 대본과 연출을 맡아했다. 운동회에선 상대팀의 부당한 플레이에 주먹을 쥐고 악을 써대며 "아! 뭐냐고오! 야이. 똑바로 해라아?" 포효했다.
팀별 과제에서 늘 발표는 내 담당이었다.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이 수십명, 수백 명으로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머리가 차분해지고 신들린 듯이 발걸음도 가볍게 술술술 떠들어댈 수 있다. 바다 위에 잎새 뜨기로 누운 것처럼 입술이 살랑거린다.
문제는. 일대일이다.
적절한 교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대가 원하는 바를 내가 어느 정도까지 채워줘야 하는지 난감하다.
진땀이 난다. 회피하고 싶어 진다.
학생때 친구가 "코랄핑크할까 인디핑크할까" 물어보면 공포스러웠다. 솔직하게 그 핑크가 그 핑크 아니냐고 말하고 싶다. 머리를 5센티 자를까 3센티 자를까 물어보면 묶으면 똑같지 않냐 라고 생각하지만 어. 너가 그냥 정해. 넌 다 잘 어울릴 거 같아. 라고 말하고 피한다. 그냥 각자 서점에 앉아 책을 고르다 밥이나 먹든지 아니면 각자 게임이나 한 판 하고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온 학교에 울려 퍼지도록 방송반에 앉아 마이크로 멘트는 날리겠는데 2층의 아무개 사원에게 인터폰으로 업무협조 전화는 도저히 못하겠는 거다. 사람 미치게.
3일까지 보고할 공문이니까 오늘까지 결과 알려달라는 말을 못 하는 거다.
간단히 몇 초 통화로 해결할 것을 못하고 성의껏 편지를 써서 아무개 사원에게 살포시 전해주고 올까? 고민한다. 2층으로 팩스를 보내? 웃긴다.
동네 학교 엄마가 아이들 학교 가면 만나서 커피 마시고 식사해요. 전화가 오면 무섭다. 아무개 엄마라고 전화벨이 울리면 진동으로 바꾸고 안 받거나 냉장고 안에 전화를 넣어버린다. 부재중 전화가 뜨면 장문의 문자메시지로 사과의 뜻을 전한다. 지질함의 극치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댓글이 달리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너무 반갑고 좋은데 그걸 다 표현하면 가식적으로 보이려나? 이렇게 쓰면 성의 없어 보이나. 저렇게 쓰면 오버하는 건가? 툭툭 쉽게 쉽게 핑퐁이 안된다.
이 와중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동대표직을 맡아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아파트 회장님? 에게 받았다.
투표로 뽑는 거지만 적극 밀어주겠다는 말에 현기증을 느꼈다. 정중히 거절을 한 뒤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칠까 무서워 며칠째 계단을 걸어 다니고 있다.
생일을 맞아 이십 대 초중반의 조카 둘이 축하를 위해 집으로 온다고 한다. 신생아 때부터 내가 안아주고 까까 사준 조카들인데 기저귀도 갈아준 조카들인데 심하게 부담스럽다.
맘 같아선 오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맙지만 오지 말라고 이메일이라도 보낼까?
통화는 도저히 못하겠어. 깨톡은 내 심장을 놀라게 해. 깨.... 투욱....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