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너 이름이 뭐니.
아침에 추적추적 비가 쏟아지기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비는 그쳐 내가 걷기 좋은 날씨였다. 비냄새를 좋아하는 나는 일부러 안 가던 골목길로 들어서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싶었다.
주택가 널찍한 골목길을 걷는 내 앞에 할머니 두 분이 나란히 걸어가고 계셨다.
한분은 60대, 한분은 70대로 보였다.
나는 곧이어 들리는 이 두 분의 대화를 듣고 두 분을 앞질러 가며 내가 짐작한 나이가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언니. 지팡이 그렇게 땅바닥에 끌면서 걷지 마."
"왜. 이게 편한데."
"언니. 지팡이든 내 발이든 뭐든 질질 끌면서 걷는 버릇 들이지 마."
"왜?"
"그럼 인생 살 때 끌려다니면서 살게 된대. 알겠지?"
"......."
인생 끌려다니면서 살고 있었어요. 지팡이나 발은 아니지만, 끊지 못하는 내 마음을 질질 끌고 다니고 있었어요. 다 틀렸어. 다 늦었어. 무기력했어요. 나는 몇 살일까요. 왜 나는 앞의 두 할머니가 소녀같이 느껴졌을까요. 내 앞에 비올 날이 훨씬 더 많을 텐데 말이죠. 더 많은 골목을 헤매더라도 말이죠.
뭐든 질질 끌면서 걷지 마.
인생 살 때 끌려다니면서 살게 된대요.
앞으로 여러 날 비가 줄기차게 내려서 그동안 끌린 내 마음을 싹 씻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