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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Feb 21. 2021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건

다시 찾은 '위키드' 공연장에서


사진=뮤지컬 '위키드' 홈페이지 中


타임 드래곤이 움직이면 오즈의 세계가 열립니다!


뮤지컬 '위키드(Wicked)' 2021 한국어 공연을 보고 왔다. 고등학생 때 단체관람으로 처음 봤으니 n년만의 재회 되겠다. 뮤지컬이 뭔지도 몰랐던 나에게 신세계를 알려줬던지라 애정이 남다른 작품.


이번에는 찌릿했던 전과는 다른 류의 여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첫 개막일인 만큼 이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모였을 터. 객석을 채운 관객들도 무대에 서는 배우들도, 반짝이는 '초록색 지휘봉' 아래 선율을 만들어 낸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모두 '위키드'로 뭉친 가운데, 함께 만들어내는 극장의 공기가 참 좋았다.


이곳저곳 눈에 띄는 초록색 착장부터가 그랬다. 꽤 많은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초록 옷을 입고 왔더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초록 니트부터 초록 패턴, 녹색 코트와 캡 모자까지 각양각색. 저마다 초록을 꺼내 입고선 잔뜩 뿌듯한 얼굴로 '오늘의 캐스트'를 사진에 담는데 그 사이에 낀 나 또한, 영락없이 그들과 같은 모습이라 꽤 어이없고도 근사한 기분이 들었다.


주요 넘버에서 공연장에 흐르는 공기 역시 좋았다. 엘파바가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면서 1막이 끝나는데, 그곳에 있는 모두가 숨죽여 기대하고 응원하는 공기가 느껴졌다. 뭐랄까.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 악셀을 몇 초 남겨 둔 상황처럼. 그런 수많은 기대 앞에서도 보란듯이 잘 해내는 프로다움에, 전율을 넘어 이번에는 유독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결정적인 순간에도 어김없이 빛나고 마는 사람. 빛날 수 있는 사람. 역시는 역시라고. 



사진=Joan Marcus, 뮤지컬 '위키드' 홈페이지 中


이번 공연에서 감동의 절정은 앙상블과 스윙(이하 '앙상블')에 있었다. 인기가 치열한 페어를 직관하는 데 그저 황홀했던 나는, 1막이 끝나고서 앙상블 한 분 한 분을 보기 위해 다시 캐스트표 앞에 섰다. 표 하단, 작은 사진 속 이 분들이야말로 극을 꽉 채우는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멋진 공연을 보고 있구나' 생각하는 것을 넘어 진짜 '에메랄드 시티'에 온 듯한 황홀경을 선사해 준 이들에 참 많이 매료된 시간이었다.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상에 정답이 있을까. 다시 '위키드'를 본다면 (ft. 볼 수 있다면. 내 자리가 또 있다면 좋겠다)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했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그 감정을 말 없이도 나눌 수 있다는 건, 꽤 근사한 일이라고!




※ 모든 사진=뮤지컬 '위키드' (제작 에스엔코, 주관 클립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저장 및 사용. 문제시 삭제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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