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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Mar 14. 2024

My home.

이사를 했다. 

창밖 풍경



이사를 했다. 

바닷가로 이사를 했다.      

정확하게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 가정 보육을 약 2주 정도 하고 아이는 유치원에 입학했다. 가정 보육 2주가 어떤 의미인지 해본 사람은 알고 있을 거다. 


유치원을 등원하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짐 정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짐 정리를 하다 거실 창밖을 보면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그 풍경에 눈이 빼앗겨 가만히 보고 있다. 보면 얼마 전까지 빽빽한 도심에 살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도 바로 앞은 건물들이고 저 멀리 볼 일이 없었다. 눈앞에 가득 들어찬 것들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뻥 뚫린 풍경에 멀리멀리 바라보게 된다. 집을 나서고 길을 걸을 때도 눈 앞을 가리는 것이 없다. 하늘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지 않아도 된다. 그저 조금만 시선을 높이면, 멀리 보면 하늘이 잘 보인다.      


한 시간 차이다. 한 시간 차이가 이렇게나 크다니. 이곳에 이사하게 되었다 라고 이야기했을 때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출퇴근은 어쩌려고 그러냐, 집값은 어쩌려고 그러냐(집 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혹은 떨어질 거라는 우려)아이 교육은 어쩌려고 그러냐 등의 이유였다.      


그러한 고민을 조금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조금 더 쾌적한 공간에서 집 때문에 끙끙거리고 싶지 않았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단 로망이 있었다. 도심에서 내가 가진 돈으로는 이런 컨디션의 집은 구매가 어렵고 아이가 마음껏 씽씽이를 타고 뛰어다닐 만한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은 돈의 문제였다) 결국은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우린 선택했다. 이곳으로. 남편은 장거리 출퇴근을 하게 되었지만 도심에서도 그 정도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아이 교육은 우리 부부가 사교육에 큰 관심이 없기에 아이가 원하면 근처 학원을 알아보고 등록하면 된다고 결정했다. (학원은 어디든 있다.)     


나는 사교육의 폐해를 몸소 겪었고(각종 과외와 학원, 유학) 남편은 사교육 없이 지내며 반에서 꼴등을 하다 대학에 가고 싶다고 결심한 뒤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기에 결국은 본인 의지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가 훌륭한 부모가 되기엔 어렵겠지만 교육을 강요하진 말자고 합의했다. 대신 아이가 원하면 뭐든 시켜주자고 정리했다. 언젠가 불안감이 불쑥불쑥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옆집 아이가 수학 90점을 받았다든지 영어로 외국인과 대화한다든지 하는 말을 듣고 내 마음이 정말 평온할까, 하는 의구심은 있지만 확고한 의지가 있는 남편이 있으니 내가 갈대처럼 흔들리면 잡아줄 거란 믿음이 있다.      


모두가 의심하는 이곳에서 생활이 시작되었다. 인생 첫 집이다. 그리고 창밖의 풍경이 난 너무 맘에 든다. 이 공간에서의 시간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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