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마케터의 일
2017년 봄, 그토록 꿈꿔 왔던 화장품 회사를 퇴사했다.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봄이 다가올 무렵, 입사한 첫 회사에서 딱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일에 열중하고 있던 선배를 나지막이 불렀다. 선배는 이미 내 눈빛에서 모든 걸 읽은 듯했다.
"그래, 정연씨 할 만큼 했어. 그러도록 해"
막상 떠나려고 맘을 먹으니 서운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곧장 팀장님께 면담을 신청했다. 다음은 인사팀에서 나를 불렀다. 그 누구보다 씩씩하고 밝게 회사를 다녔기에 나의 퇴사에 적잖이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언제부터 퇴사 생각이 들었나
글쎄, 보통 입사 후 3개월, 6개월, 9개월 그리고 1년마다 퇴사 충동이 든다고 하던데. 나 또한 그 고비들을 모두 겪은지라 '언제부터'라기 보단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반차부터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회사를 가는 게 전혀 즐겁지 않았다. 회사 가는 게 즐거우면 그게 이상한 거라고 했지만 무엇보다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영업팀이라는 직무가 완전히 맞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수에는 분명 약했지만 엠디들을 만나고 구성을 기획하는 일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냐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80%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해당 업무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은 20% 에 그쳤었다.
퇴사를 말하기까지
그 당시엔 '다시 취직을 할 수 있을까? 다른 회사에 가서도 못 버티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퇴사가 굉장히 두려웠다. '사회 부적응자'가 아닌 '주체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이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나 자신을 믿어야 했고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퇴사를 위한 준비와 퇴사 이후의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힘들었던 업무 속에서도 '기획'을 할 때 가슴이 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기획일을 배울 수 있는 광고대행사에서 브랜드 경험을 쌓고 브랜드사로 이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광고 AE 교육을 받기로 했다.
퇴사하길 잘했어요
모든 짐을 싸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사회 초년생인 미숙한 나를 짓눌렀던 모든 것들에서 해방된 기분이랄까. 두번째 회사에선 왠지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마저 느껴졌다. 퇴사를 망설이며 가슴을 졸였던 과거의 나의 어깨를 툭툭- 털어주며 얘기하고 싶다.
퇴사하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