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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pr 21. 2021

실수하지 않는 법

나도 에세이스트

 이맘때쯤 인턴으로 입사해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모든 게 처음이라는 보호막은 나를 오래 지켜주지 않았다.
 
 “두 번까진 물어봐도 돼요. 세 번은 안돼”
 
 도대체 삼세번은 누가 만든 걸까? 세 번까지도 아닌 두 번째 실수를 할 때마다 눈치가 보이고 자존감이 무너졌다. 줄줄이 비엔나처럼 실수는 또 다른 실수를 낳았고, 일하는 내내 실수하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했다.
 
 “실수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어찌나 많이 했는지 그 소리로 입이 닳을 때쯤이었다. 시킨 일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했다며 사수에게 크게 혼쭐이 났다. 급기야 사수는 내가 앉아있는 의자를 발로 차 버렸다. 또 한 번 죄송하다는 말로 수습을 하고 자리에 앉아 숨죽여 엉엉 울었다. 그때였다.
 
 ‘정연, 잠시 수첩 가지고 회의실로 올래?’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신 차장님에서 온 메신저였다. 메신저를 본 나는 겨우 울음을 그치고 수첩과 펜 하나를 챙겨 회의실로 들어갔다. 차장님은 마주 앉은자리에서 맡은 업무 리스트를 모두 적으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일을 4가지로 구분했다.
 
 a.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중요한 일
 b. 당장은 아니지만 중요한 일
 c.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d.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c, d에는 쓴 업무 내역이 없었다. 왜냐하면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몰랐기 때문이다. 차장님은 그런 내게 그럴 땐 꼭 다시 한번 물어보라고 하셨다.


 이후에도 일의 우선순위 파악이  되진 않았다. 나는  실수했고  실수하는 과정을 차장님은  번이나 다듬어 주셨다. 1 1혼남 하던 것들이 1 1혼남이 되는 순간 점점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일을 받았을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분류가 된다. 실수투성이의 그날의 내가 없었다면 배울  없었을 것이다. 또는 늦게나마 배워 나갔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실수하고  실수한다. 아주 다양한 방면에서. 그리고 실수를 통해 배운다.
 
 실수는 우리에게 다시 그러지 않을 기회를 주고, 그것을 극복했을   성취감을 준다.  번에 잘하기란 어렵고, 못하던 것을  해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에게 지금도 잊히지 않는 실수가 있다면  선택을,  행동을,  말을 아직도 후회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실수하지 않는 법은 실수를 실수라 여기지 않는 것이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도전하고 극복해 나가는 인생을 산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더 이상 실수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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