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에세이스트
이맘때쯤 인턴으로 입사해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모든 게 처음이라는 보호막은 나를 오래 지켜주지 않았다.
“두 번까진 물어봐도 돼요. 세 번은 안돼”
도대체 삼세번은 누가 만든 걸까? 세 번까지도 아닌 두 번째 실수를 할 때마다 눈치가 보이고 자존감이 무너졌다. 줄줄이 비엔나처럼 실수는 또 다른 실수를 낳았고, 일하는 내내 실수하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했다.
“실수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어찌나 많이 했는지 그 소리로 입이 닳을 때쯤이었다. 시킨 일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했다며 사수에게 크게 혼쭐이 났다. 급기야 사수는 내가 앉아있는 의자를 발로 차 버렸다. 또 한 번 죄송하다는 말로 수습을 하고 자리에 앉아 숨죽여 엉엉 울었다. 그때였다.
‘정연, 잠시 수첩 가지고 회의실로 올래?’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신 차장님에서 온 메신저였다. 메신저를 본 나는 겨우 울음을 그치고 수첩과 펜 하나를 챙겨 회의실로 들어갔다. 차장님은 마주 앉은자리에서 맡은 업무 리스트를 모두 적으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일을 4가지로 구분했다.
a.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중요한 일
b. 당장은 아니지만 중요한 일
c.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d.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c, d에는 쓴 업무 내역이 없었다. 왜냐하면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몰랐기 때문이다. 차장님은 그런 내게 그럴 땐 꼭 다시 한번 물어보라고 하셨다.
그 이후에도 일의 우선순위 파악이 잘 되진 않았다. 나는 또 실수했고 그 실수하는 과정을 차장님은 몇 번이나 다듬어 주셨다. 1일 1혼남 하던 것들이 1주 1혼남이 되는 순간 점점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일을 받았을 때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분류가 된다. 실수투성이의 그날의 내가 없었다면 배울 수 없었을 것이다. 또는 늦게나마 배워 나갔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실수하고 또 실수한다. 아주 다양한 방면에서. 그리고 실수를 통해 배운다.
실수는 우리에게 다시 그러지 않을 기회를 주고, 그것을 극복했을 때 큰 성취감을 준다. 한 번에 잘하기란 어렵고, 못하던 것을 잘 해내기란 더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에게 지금도 잊히지 않는 실수가 있다면 그 선택을, 그 행동을, 그 말을 아직도 후회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실수하지 않는 법은 실수를 실수라 여기지 않는 것이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도전하고 극복해 나가는 인생을 산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더 이상 실수가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