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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Jul 13. 2021

조미료부터 바꾸는 게 건강을 위한 시작이었다.

배가 자주 아프다면, 조미료를 바꿔보세요.

밀보단 쌀을 좋아하며 하루에 한 끼는 꼭 쌀밥으로 먹었다. 쌀밥 옆엔 꼭 따뜻한 국이 있어야 하며, 간혹 국 없이 식사를 마친 후엔 배가 볼록 나와도 헛헛하기만 했다. 심리적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혼자서 식사를 하더라도 늘 짜고 달고 매콤한 육류 요리 하나쯤은 있어야 만족했으며, 식탐은 많은데 입이 짧은 편이라 여러 개의 반찬을 꺼내어 한상을 차렸다.


그런데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앓게 된 후론, 여러 빛깔의 푸짐한 한상도 내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몸에 좋다는 잡곡밥에 엄마표 찌개와 반찬으로 차려낸 집밥 역시 마찬가지다. 엄마는 건강한 나물 반찬, 무침, 슴슴한 된장찌개를 해주어도 내가 먹지 않으니 속상해한다. "이걸 먹어도 아프다고?" 하며 놀란다. 당연한 반응이다. 나도 집밥을 먹고서 배가 아플 줄은 몰랐으니까.


그 후로 '위염,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식재료가 해로운지'에 대해 공부했다. 브런치에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관련된 글을 올릴 때마다, 감사하게도 여러 분이 댓글로 과민성에 좋은 음식과 차 등을 알려주었는데,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알고 보니 가장 큰 문제는 조미료에 있었다. 음식 맛과 색을 내는데 빠질 수 없는 각종 장류, 꿀과 물엿 등의 감미료, 식초처럼 신맛을 내는 산미료 등. 정확히는 나도 모르게 한 끼 식사에 너무 많은 조미료를 섭취한다는 데에 있었다. 한국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양념 3개를 뽑으라면 역시 간장, 된장, 고추장이다. 이 양념들에 감칠맛을 더하는 짝꿍들도 있다. 파, 마늘, 양파. 먼저 말하자면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에겐 이 세 친구와 짝꿍 모두 치명적이다.


간장과 된장은 콩과 소금으로 만들며, 고추장은 고춧가루와 메주가루(콩), 엿기름 등으로 만드는데, 콩과 고추는 장 내 가스를 유발하는 식재료라고 한다. 장벽이 약한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는 장에 가스가 조금만 차도 복부 팽만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식재료('고포드맵'이라고 한다)를 섭취하면 복부 팽만감이 더 심해진다. 더군다나 새콤한 요리를 만들 땐 식초나 레몬즙 등의 산미를 추가하는데, 신맛은 위에 자극을 준다. 위산을 많이 분비시켜 위를 쓰리게 한다. 또 꿀과 설탕은 위장병을 앓는 사람에겐 가장 치명적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혹 이유를 아는 분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이 사실을 알고, 난 굉장히 슬펐다. 맵단짠의 민족, 한국인인 내가 이 양념을 다 못 먹는다면 난 뭘 먹고살지? 싶었다. 네이버와 유튜브에 과민성 대장증후군 식단, 위염 식단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했다. 감사하게도 위에서 말한 양념과 조미료를 대체할 수 있는 게 있었다. 그냥 조미료를 아예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살면 너무나 무척 심히 우울해질 것 같았다.


요리사나 요리 유튜버들의 영상을  때면, 그들은  우리 주방엔 없는 낯선 조미료를 사용했다. 단골 대사는 "이거 없으면 대신 설탕을 써도 돼요~" 알고 보니 그게  천연 조미료였다. 인체에 자극이 없는 천연 조미료. 과민성 대장증후군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는 요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에, 그런 재료나 조미료는 구하기 힘들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만 관심을 두고 보니 마트에서 바로 구매하거나 직구로 이틀 만에 받아볼  있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나도 천연 조미료를 하나  샀다. 그렇게 지금 사용하고 있는 조미료와 양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간장 대신 코코넛 아미노스


코코넛과 소금으로 만든 간장. 비록 소금이 들어갔지만, 일반 간장에 비해 짠맛이 약하고 걸쭉하다. 살짝 단맛도 나기 때문에 설탕도 대체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13,000원을 주고 샀는데, 엄마가 가격을 듣고 놀랐다. 내 돈 주고 간장을 사본 적이 없었기에 이게 비싼 건지도 몰랐다.



2. 설탕 대신 무정제 원당, 메이플 시럽

벽이 너무 더럽네..


단풍나무 수액 100%라는 메이플 시럽. 메이플 시럽은 극강의 단맛 때문에 몸에 안 좋을 줄 알았는데, 설탕과 꿀 대신 사용하면 좋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단맛 덕분에 음식에 아주 소량만 넣어도 감칠맛이 확 산다.


그런데 특유의 향이 있어서 설탕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힘들다. 그래서 일반 설탕과 달리 정제하지 않은 비정제 설탕을 간혹 사용한다. 백색 설탕은 여러 번의 정제를 거쳐 하얀색으로 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영양분이 다 빠져버린다고 한다.



3. 콩기름 대신 올리브 오일, 아보카도 오일


콩 역시 가스를 많이 생성하는 고포드맵 재료인데, 콩으로 만든 기름인 콩기름도 왠지 같은 이유로 몸에 안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올리브 오일과 아보카도 오일로 바꿨다. 올리브 오일은 향이 있어서 샐러드드레싱으로 쓰기에도 좋고, 아보카도 오일은 당근을 볶을 때 사용하면 정말 맛있다. 그런데 아보카도 오일을 쓰면 음식이 빨리 타는 것 같다. 왜지?



4. 마늘 대신 생강, 월계수 잎


고기 요리에 빠질 수 없는 마늘. 잡내를 잡기 위함인데, 난 마늘 대신 생강을 소량 썰어 넣거나, 생강가루를 한 스푼 넣는다. 그리고 월계수 잎은 소화 촉진 효능이 있다고 한다. 차로 마셔도 좋다고.



5. 다시다, 미원 대신 직접 육수 우리기

이런 티백을 사용해도 좋다.

다시다도 멸치와 다시마를 분말 형태로 만든 천연 조미료이지만, 난 그 특유의 짠맛을 피하기 위해 직접 육수를 우리기 시작했다. 물에 멸치, 황태, 다시마, 얇게 썬 당근을 넣어 30분 정도 끓인다. 국이나 죽 혹은 샤브샤브를 만들 때 이 육수를 사용하면 건강한 감칠맛이 난다.



글로 정리하다 보니 천연 조미료, 건강식의 딱 한 가지 단점을 또 한 번 느끼게 됐다. 바로 ‘돈'이 많이 든다는 것···. 여러분은 꼭 건강 잃지 마세요! 




어제는 위 조미료들로 보쌈을 해 먹었다.


된장, 마늘, 파를 넣는 대신(다 나에게 안 좋은 재료..) 먼저 황태 티백과 다시마로 육수를 낸 후, 칼집 낸 통삼겹살과 월계수 잎 작은 거 5장, 생강가루 한 스푼, 후춧가루 한 스푼을 넣어 40분간 팔팔 끓였다. 야들야들하고 촉촉하니, 오랜만에 먹는 행복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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