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5일
본격적으로 강습에 나서기 전, 운동복을 구입해야 했다. 평소 운동과는 서먹한 사이인 지라, 내 옷장엔 그 흔한 트레이닝팬츠 한 벌 없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 물리적 기능만 충족해도 되거늘···. 벌어진 우리 사이, 어쩌면 가까워 본 없는 우리 사이를 좁히는 일엔 예쁜 운동복이 매개가 될 것만 같았다.
늦은 밤,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운동복을 찾아보느라 아침이 다 되어서 잠에 들었다. 모기에 물린 것 마냥 부푼 눈덩이에 충혈된 눈으로 백화점에 갔다. 스포츠 매장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층으로 들어서자 내 눈엔 전에 없던 총기가 느껴졌다. 몸매를 부각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인체공학적 디자인, 입으면 왠지 몸이 더 유연하게 움직여질 것만 같은 신축성, 땀을 마구잡이로 흘려도 상관없을 마치 규조토 같은 높은 흡수율의 원단, 통기성을 극대화하는 디테일(겨드랑이 부분이 매쉬인 티셔츠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다채로운 색까지. 꾸미지 않은 듯 화려한 운동복들은 소비의 합리화를 도왔다. “어머, 이건 사야 해.” 가 아니라 “어머, 이건 이럴 때 필요하겠네.” 혹은 “어머, 이건 이런 날씨에 좋겠네.” 심지어 “어머, 이건 이런 기분에 딱 이겠네.”였다.
레깅스와 박스티, 러닝용 기능성 티셔츠, 그냥 색이 예쁜 크롭티, 그냥 디자인이 예쁜 크롭티, 조거 팬츠 등을 구매했다. 운동복에만 한 번에 30만 원 이상을 투자했다. 쓰는 돈만 있고 버는 돈은 없는 내 생활엔 300만 원짜리 명품백 구매만큼이나 큰 소비다. 과연 이 옷들은 내게, 운동에 대한 애정을 부여할 것인가, 그냥 애물단지가 될 것인가. ‘적어도 3개월은 운동해야 오늘의 소비가 마이너스로 남지는 않겠다’는, 공식도 답도 없는 이상한 계산을 하며 운동에 대한 의지를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