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영 Oct 19. 2021

운동은 장비 빨 아니 옷빨

2021년 7월 5일

본격적으로 강습에 나서기 전, 운동복을 구입해야 했다. 평소 운동과는 서먹한 사이인 지라, 내 옷장엔 그 흔한 트레이닝팬츠 한 벌 없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 물리적 기능만 충족해도 되거늘···. 벌어진 우리 사이, 어쩌면 가까워 본 없는 우리 사이를 좁히는 일엔 예쁜 운동복이 매개가 될 것만 같았다.


늦은 ,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운동복을 찾아보느라 아침이  되어서 잠에 들었다. 모기에 물린  마냥 부푼 눈덩이에 충혈된 눈으로 백화점에 갔다. 스포츠 매장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층으로 들어서자  눈엔 전에 없던 총기가 느껴졌다. 몸매를 부각하거나 보완할  있는 인체공학적 디자인, 입으면 왠지 몸이  유연하게 움직여질 것만 같은 신축성, 땀을 마구잡이로 흘려도 상관없을 마치 규조토 같은 높은 흡수율의 원단, 통기성을 극대화하는 디테일(겨드랑이 부분이 매쉬인 티셔츠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다채로운 색까지. 꾸미지 않은  화려한 운동복들은 소비의 합리화를 도왔다. “어머, 이건 사야 .”  아니라 “어머, 이건 이럴  필요하겠네.” 혹은 “어머, 이건 이런 날씨에 좋겠네.” 심지어 “어머, 이건 이런 기분에  이겠네.”였다.


레깅스와 박스티, 러닝용 기능성 티셔츠, 그냥 색이 예쁜 크롭티, 그냥 디자인이 예쁜 크롭티, 조거 팬츠 등을 구매했다. 운동복에만 한 번에 30만 원 이상을 투자했다. 쓰는 돈만 있고 버는 돈은 없는 내 생활엔 300만 원짜리 명품백 구매만큼이나 큰 소비다. 과연 이 옷들은 내게, 운동에 대한 애정을 부여할 것인가, 그냥 애물단지가 될 것인가. ‘적어도 3개월은 운동해야 오늘의 소비가 마이너스로 남지는 않겠다’는, 공식도 답도 없는 이상한 계산을 하며 운동에 대한 의지를 다져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다린 연락보다 더 반가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