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영 Oct 25. 2021

운동의 핵심은 ‘힘의 균형’을 잡는 것

2021년 7월 16일

오늘은 첫 강습 날이다. 집에서 스쿼시장까지는 퇴근시간 기준 버스로 30분 거리. 버스를 타면 지각을 면치 못할 것 같아 택시를 탔다. 스포츠 센터 로비를 지나 스쿼시장이 있는 지하까지 달리듯 걸어갔다. 오늘 입은 새 운동복 냄새가 내가 만들어낸 바람을 타고 퍼졌다. 낯선 건 새 옷 냄새만이 아니었다. 수강생들로, 공치는 소리로 북적이고 소란해야 할 스쿼시장이 이상하게 한산했다. 공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의 발끝에서 나는 끼익-끼익 소리도, 퍽! 하고 공이 벽을 타격하는 소리도 희미했다. 내가 요일을 헷갈렸나? 두 다리에 의구심을 실어 밍기적 밍기적 강습 코트로 걸어갔다.


코트 안에는 강사님으로 예상되는 남성 한 분이, 그 옆에는 수강생으로 예상되는 여성 두 분이 어색하게 서 있었다. 강사님은 웃고 있었지만 그에게선 왠지 호랑이 선생님의 기운이 솔솔 풍겼고, 여름이 막 시작된 계절임에도 코트 안의 분위기는 썰렁하고 차가웠다. 공간을 채워야 할 사람들의 부재 때문이었다. 이유인즉슨 코로나19 때문에 10명의 수강생 중 7명이 등록 취소를 했다고 한다. 스포츠 센터도 이 역병의 쓰나미를 피해 가지 못했나 보다. 난 강사님 한 명에 수강생 세 명이면 완전 과외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내적 미소를 활짝 지었다.


첫 강습은 지난 원포인트 레슨과 동일했다. 라켓을 쥐는 법, 포핸드 자세를 배웠다. 포핸드는 왼발로 런지를 한 채 오른팔을 활짝 열어 라켓을 잡고 스윙하는 것. 제자리에서 라켓을 허공에 휘두르며 포핸드만 연습하는데도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관건은 온몸에 힘을 빼고 왼 다리로만 무게 중심을 잡는 것인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힘을 빼려 할수록 몸에 힘이 들어갔다. 더군다나 강사님은 몸에 힘을 빼라며 호통치듯 주문했다. 나는 몸의 힘을 몇 프로 정도 빼야 하는지, 근육에 힘을 빼야 하는 것인지 관절에 힘을 빼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혼돈의 시간을 거친 , 제자리에 서서 포핸드로 공을 치는 연습을 했다. 강사님이 바닥으로 공을 떨어트리면  공이 바닥에서 바운스 되어 올라왔다가 다시 떨어지기 직전에 공을 치는 것이다. 8할은 헛스윙이었다. 공치는 타이밍을 잡는 ,  팔부터 라켓, 라켓부터 공까지의 거리감을 파악하는  어려웠다. 그럴수록 오른팔부터 어깨,  다리까지 점점 저릿해졌다. 이번엔 몸의 어느 부위가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며, 어느 부위가 단단하게 고정되어야 하는지   없어 혼란스러웠다. 사실은 강사님의 주문대로만  따라가도 혼란스러울 일은 없지만, 머리로는 따라가도 몸이 따라가지 않았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듯했다.


첫 수업이라 모든 게 어려웠는데 몸으로도 머리로도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역시 ‘힘의 균형을 잡는 것’이었다. 단순한 논리지만 몸으로 습득하기까진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 이게 바로 모든 운동의 핵심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운동은 장비 빨 아니 옷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