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6일
오늘은 첫 강습 날이다. 집에서 스쿼시장까지는 퇴근시간 기준 버스로 30분 거리. 버스를 타면 지각을 면치 못할 것 같아 택시를 탔다. 스포츠 센터 로비를 지나 스쿼시장이 있는 지하까지 달리듯 걸어갔다. 오늘 입은 새 운동복 냄새가 내가 만들어낸 바람을 타고 퍼졌다. 낯선 건 새 옷 냄새만이 아니었다. 수강생들로, 공치는 소리로 북적이고 소란해야 할 스쿼시장이 이상하게 한산했다. 공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의 발끝에서 나는 끼익-끼익 소리도, 퍽! 하고 공이 벽을 타격하는 소리도 희미했다. 내가 요일을 헷갈렸나? 두 다리에 의구심을 실어 밍기적 밍기적 강습 코트로 걸어갔다.
코트 안에는 강사님으로 예상되는 남성 한 분이, 그 옆에는 수강생으로 예상되는 여성 두 분이 어색하게 서 있었다. 강사님은 웃고 있었지만 그에게선 왠지 호랑이 선생님의 기운이 솔솔 풍겼고, 여름이 막 시작된 계절임에도 코트 안의 분위기는 썰렁하고 차가웠다. 공간을 채워야 할 사람들의 부재 때문이었다. 이유인즉슨 코로나19 때문에 10명의 수강생 중 7명이 등록 취소를 했다고 한다. 스포츠 센터도 이 역병의 쓰나미를 피해 가지 못했나 보다. 난 강사님 한 명에 수강생 세 명이면 완전 과외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내적 미소를 활짝 지었다.
첫 강습은 지난 원포인트 레슨과 동일했다. 라켓을 쥐는 법, 포핸드 자세를 배웠다. 포핸드는 왼발로 런지를 한 채 오른팔을 활짝 열어 라켓을 잡고 스윙하는 것. 제자리에서 라켓을 허공에 휘두르며 포핸드만 연습하는데도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관건은 온몸에 힘을 빼고 왼 다리로만 무게 중심을 잡는 것인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힘을 빼려 할수록 몸에 힘이 들어갔다. 더군다나 강사님은 몸에 힘을 빼라며 호통치듯 주문했다. 나는 몸의 힘을 몇 프로 정도 빼야 하는지, 근육에 힘을 빼야 하는 것인지 관절에 힘을 빼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혼돈의 시간을 거친 후, 제자리에 서서 포핸드로 공을 치는 연습을 했다. 강사님이 바닥으로 공을 떨어트리면 그 공이 바닥에서 바운스 되어 올라왔다가 다시 떨어지기 직전에 공을 치는 것이다. 8할은 헛스윙이었다. 공치는 타이밍을 잡는 것, 내 팔부터 라켓, 라켓부터 공까지의 거리감을 파악하는 게 어려웠다. 그럴수록 오른팔부터 어깨, 두 다리까지 점점 저릿해졌다. 이번엔 몸의 어느 부위가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며, 어느 부위가 단단하게 고정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사실은 강사님의 주문대로만 잘 따라가도 혼란스러울 일은 없지만, 머리로는 따라가도 몸이 따라가지 않았다. 내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듯했다.
첫 수업이라 모든 게 어려웠는데 몸으로도 머리로도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역시 ‘힘의 균형을 잡는 것’이었다. 단순한 논리지만 몸으로 습득하기까진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 이게 바로 모든 운동의 핵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