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과의 신규 간호사 선생님이 우리 방에서 수술 스크럽을 섰다. 그 과의 수술이 넘어왔는데, 신규 선생님을 트레이닝 시켜야 한다고 우리 방으로 보내주었다. 인계 자료를 보여주며 수술 상차림과 진행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간단히 이야기해준다. 본인이 공부한 만큼, 아는 만큼 받아들이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의 선생님이 구두 인계를 주시면서 수술 전에 한번 더 신규 선생님을 가르쳐주고 떠나셨다. 나는 혹시나 있을 응급 상황에 대비해, 더블 스크럽으로 손을 씻고 들어갔다. 신규 선생님이 상을 차리고, 수술 스크럽을 메인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했다.
PA 선생님도, J 교수님도 이 사람이 신규라는 걸 안다. 처음이기에 긴장된 태도, 경직된 자세, 자신없고 위축된 행동을 보이고 수술 필드의 말을 알아 듣기가 힘들다. PA선생님은 이것 저것 질문을 던지며 긴장을 풀어주고 분위기를 밝혀주신다. J 교수님은 상대적으로 느리고 어설픈 스크럽이어도 재촉하거나 성내지 않는다. 진행을 모르면 헷갈릴 수 있는 단어를 신규의 입장에 맞게 말해주시며 기다려준다. 교수님이 신규라서 많이 신경써주고 있구나, 척 봐도 느껴진다. 모두가 신규 선생님을 도와주기 위해 배려하는 중이다. 더블 스크럽도 들어가 뒤에서 퍼스트 스크럽의 수술 지원 흐름을 돕고, 써큐도 계속해서 필드를 주시하고 있다. 누구 혹은 어떤 상황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수술이 지연되지 않도록, 환자에게 해가 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더 집중하고 있다.
신규 수술장 선생님을 지속적으로 봐오는 집도의들의 태도는 두 가지 중 하나다. 기다려주거나, 재촉하거나. 누구든 처음이 없으랴, 신규 선생님을 보면 늘 내 모습이 비춰졌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은, "네가 들어와야지 왜 이 수술에 신규를 넣어?", "똑바로 해야지. 똑바로. 스크럽 바꿔!" 라며 수술을 배우기 위해 들어간 나를 타박줬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은 그 모든 예민함을 감수하면서 나를 가르쳐주었다. 한동안 그 교수님만 보면 긴장되고 무서웠다. 시간이 지나면 따라가게 될 텐데 그 기회를 주지 않았고 기다려주지 못했다. 과 소속의 레지던트, 펠로우들은 일부러 수술에서 챙겨가며 가르치면서 신규 간호사가 못하는 것은 참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찌어찌 모두의 도움으로 수술은 끝났다. 하라는 대로 했겠지만, 머릿속에 하나씩 경험과 지식이 쌓였을 것이다. 이제 혼자서 복습하고 정리하며 제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건 아무도 도와주고 배려해줄 수 없다. 피곤한 상황의 연속으로 그리 다정하게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나도 마음을 모아 응원했다. 다들 자기를 아껴주고, 기다린다는 것을 알면 신규 간호사 시절이 그리 외롭지만은 않다. 외롭지 않게 그 시기를 잘 버텨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