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아무것도 아닌 수술일 텐데..."
건강한 이들조차 일상을 살아가다가, 갑자기 발생한 건강 상의 변화로 응급 수술을 요하는 경우들이 있다. 외상 사고로 뼈와 피부 손상이 심해 정형외과와 성형외과 수술을 한다든지, 눈의 각막이 찢어져 꿰매야 한다든지, 갑자기 시야가 좁아지며 망막 박리가 와 응급 수술을 한다든지, 배가 부풀어 오르고 불편하도록 소변이 안 나오거나 혈뇨가 심하게 나와 방광경 수술을 한다든지, 극심한 복통의 원인이 충수돌기염이거나 난소 염전 등으로 응급 수술을 요한다든지, 복부 대동맥이 파열되거나 머리의 뇌혈관이 터지거나 하는 분초를 다투는 상황들까지.
나이트 근무 때, 수술실 전처치실에 도착해 수술 전 상태 확인을 하고 있는데 한 환자분이 그러셨다.
"여기서는 OO 수술이 아무것도 아니죠? 평소 하는 거에 비하면 되게 간단한 수술일 텐데..."
환자분께서는 항생제와 진통제를 맞고 있으면서, 환자 확인을 하는 잠깐에 닿은 손길에도 몸이 힘들어 손발이 차가운 게 느껴지고 있었는데 그런 말씀을 꺼내셨다.
사실이기도 하지만,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별다른 영상 이상 소견이 없었던, 1시간짜리로 짧게 예정된 정형화된 입원-수술-퇴원 과정이 있는 흔한 수술은 맞았다. 응급실을 거치고, 병실 입원 수속해 수술을 기다리시면서 주변의 수많은 환자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 모르겠다.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계속 되뇌시던 생각인지도 모른다.
먼저 "어떻게 보면 맞죠."라고 하고 웃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모든 수술은 환자분께 중요한 사건이잖아요. 우리 몸은 하나뿐이니까요. 짧은 수술이지만 수술 잘 받으시도록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간단한 수술이라 하더라도, 병원 생활 자체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커다란 스트레스 과정이다. 병동에서 정맥 주사를 통해 수액을 계속 맞는 침습적 처치를 지속하고, 정해진 시간마다 활력 징후를 측정하며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받아야 한다. 수술 전 심전도, x-ray, 혈액 검사 등 기초 검사를 통해 전신 마취 과정이 신체에 끼칠 영향을 사전 평가받을 준비를 한다. 전체 과정에서 진정제, 근이완제, 항생제, 진통제 등 약품을 투약 받고, 전신 마취를 위해 기관 삽관이 이루어지고 복강경 수술을 위해 피부를 뚫고 복강에 이산화탄소와 기구들을 주입해 수술을 하고 봉합해야 한다.
수술 후에는 전신 마취로 인한 폐 합병증이 오지는 않는지, 급성 출혈이나 염증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지 면밀히 관찰 받는다.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고, 지속적으로 외래를 보며 추적 관찰해야 하는 질환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수술로 인한 통증 관리, 봉합 부위 관리 등 예상되는 신체 변화 뿐 아니라 언제 있을지 모르는 수많은 환자안전사고의 가능성들까지 의료환경에 의해 안전하게 관리된 이후에야 건강한 퇴원이 가능하다.
흔한 수술이라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게 아니고,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다. 흔한 질환이라고 해서 환자의 삶에 덜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세상에는 남의 질병 경험을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지만, 이런 부분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조금 더 섬세해지면 좋겠다. 우리는 의료 경험을 두려워해야 할 필요는 없으나, 내 몸에 주어지는 과정을 스스로 이해하고 내 삶의 일부로 끌어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의 나이테가 그 당시의 기후 속 나무의 삶에 대해 알려주듯, 우리 몸 안팎의 변화는 삶의 경험의 기록이다. 괴로웠을 시간을 보낸 내 몸에 남은 흔적을 보듬고 아껴주자. 수술 부위 봉합 자국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남는 영광의 상처가 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