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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Gray Jun 28. 2018

비 떨어지는 평일 새벽

나를 숨겨 진짜 나에게 닿아보려...

앞 집 닭은 아무 때고 운다.

새벽 4시 46분, 밖은 이리 어둡고 비가 투두둑 떨어지고 있는데 쟤는 저리 눈치 없이 울고 있다.

쟤는 아무 때나 운다.

일요일 늦잠을 방해하는 것도 저놈이다.

어쨌든 여긴 시골은 아니니 결국 도시인데 원룸, 아파트, 고등학교 건물에 둘러싸여서 울어대는 닭이라니....


아무튼 지금 나는 괜한 성취감과 괜한 고민에 글을 끼적이고 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아까 독일전의 열기와 흥분이 잠을 내쫓았기 때문이지만....


축구 경기 덕에 정신이 깨끗해진 나는 요즘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고, 조금 전 드디어 끝을 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 어찌보면 지난 달이 아니라 10년? 12년? 전부터 준비해온 거다.

아.... 뿌듯하고 상쾌하다. 결과에 상관없이 후련하다. 시작하여 끝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그래서 내 마음의 아지트 <심야 라디오>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런데 다시 와보니 마지막으로 고민했던 그 지점에서 턱, 하고 또 글이 막힌다. 생각이 막힌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솔직해지고 싶어서, 나는 나를 감추고 글을 쓰기 시작했건만 숨긴 나는 다시 나의 족쇄가 되었다.


내가 쓰는 문장과 내가 쓰는 단어들에 나를 넣지 못하니 부릴 수 있는 문장과 단어에 제한이 생기기 시작했다. 편안하게 나를 드러내고팠는데 드러내고자 하는 게 너무도 '나'라서 드러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거짓을 쓴 적은 없지만 에둘러 말하기 시작하니 어쩐지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도 같다.

나라는 '맥락'이 사라진 내 글은 어쩐지 내 글이 아닌 것도 같다.  


오늘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하여 오늘 글도 여기까지다. 그래도 한 글자도 쓰기 어려웠던 지난 몇 주에 비하면 오늘은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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