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애니메이션 이야기입니다. 제가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것 맞지요? ^^; 일본 작품인 <진격의 거인>은 들어보셨는지요? 아래는 2013년부터 시작된 시즌 1의 포스터인데, 이건 보신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아요. 이유를 모른 채 새장에 갇힌 새처럼, 높은 벽 속에서 살아가게 된 인류가 거인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2021년 현재 마지막인 시즌 4가 주 1회 방송되고 있어서, 기다렸다가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자녀가, 혹은 가르치는 학생이 '<진격의 거인>을 보고 있다면, 못 보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어졌어요.
결론은 19세 미만이면 지금은(?) 보지 못하게 하고, 20세 이상이면 끝까지 보라고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실사 영화는 아니지만, 거인이 인간을 잡아먹는 잔인한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19세 이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공포영화를 돈 줘도 못 보는 사람인데요, 영화 <부산행>이나 드라마 <킹덤> 정도는 눈을 조그맣게 뜨거나 화면이나 소리를 작게 하고 봤기 때문에 충분히 볼 수 있었어요. ㅋㅋ 오히려 공포 면에서는 조금 시시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진격의 거인>을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20, 30대 청년들에게 강추 정도는 아니지만, 봐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일본의 군국주의 이념이 숨어있다고 비판을 많이 받았었죠. 하지만 시즌 4까지 오면서 오히려 군국주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 반전과 평화 사상이 녹아있음을 발견했어요. 어떤 작품이든 끝까지 보고, 비난을 하든 찬사를 보내든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지금부터는 스포가 있습니다.) 아래는 이번 시즌 4의 포스터입니다. 주인공 에렌이 거인이 되어서, 자신의 어머니와 동료, 죄 없는 동포를 죽인 거인들에게 복수하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시즌 1의 포스터와 비교해보면 공격하고 막는 주체와 객체의 상황이 역전되어 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시즌 4에는 에렌이 복수하려고 하는 적국인 마레 제국의 계급 구조가 잘 형상되어 있습니다. 에렌이 사는 섬으로 잠입해서, 거인을 동원해서 벽을 부수고 양민을 학살했던 마레 제국의 최고 지도자의 모습도 수염만 없지 제가 보기엔 히틀러를 닮았어요. 마레인들에게 차별을 받으며 수용소에 갇혀 사는 엘디아인들은 영락없는 유대인이고요. 팔에 차고 있는 완장은 나치가 유대인에게 채웠던 완장과 너무 비슷합니다. 멀리서 보면 이스라엘 국기에 있는 다윗의 별처럼 보여요.
에렌이나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인 거인들이나, 다 같은 엘디아인이라는 사실이 정말 잔혹한 서사시처럼 슬픕니다. 거인의 진실을 알게 된 에렌은 마레에 잠입해서,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장본인 라이너를 불러들여 이렇게 말합니다. 적진의 한 복판에서 거대한 복수극을 시작하기 직전에요.
에렌의 말은, 바다 건너의 바깥(마레 제국)도, 벽 안쪽(에렌의 고향)도 똑같이 무조건 다른 한쪽을 악마라고 어릴 때부터 가르쳤고 복수심을 키워왔다는 뜻입니다. 그런 사상을 주입받은 어린이가 거인의 힘을 가진 전사로 키워져서, 엄청난 학살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게 된 것이지요.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저도, 철책 너머에 사는 동포들이 인간이 아니라 돼지와 늑대라고 믿는 어린이였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나서 가족이 모두 죽고 저만 살아남아 공포에 떠는 악몽에 많이 시달려서 에렌의 말이 남의 말 같지 않았어요.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무조건 구축하려고 선동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거짓이 동원되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2021년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진행형으로 볼 수 있는 씁쓸한 일이지요....
일본 식민지 치하에서 친일행위를 한 조선인이,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는 다른 조선인을 밀고해서 가장 잔인하게 죽였듯이, 라이너도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에렌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비극은,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에렌도 복수를 멈출 수 없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것 외에는 삶의 목적이 전무하니까요. 싸우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는 잔혹한 제국주의 시대와 20세기에 인류가 겪었던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상황과 너무 비슷합니다. 게다가 핵무기로 상징되는 초대형 거인의 등장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3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잔혹하지만, 사랑이 있어서 아름다운 세계'라는 <진격의 거인>의 주제 의식에 전부 수긍할 수 없지만, 마지막 시즌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의미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나라마다, 민족마다, 종교마다 벽을 높이 쌓고는, 벽 밖에는 악마가 우리를 잡아먹기 위해 노리고 있다고 아이들에게 설교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부자들은 역시 자신들만의 삶의 영역에 유리벽을 높이 쌓고는, 가난한 자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이중삼중의 장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권력과 자본의 벽을 높이 쌓고 있는 세력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깨어 있는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2021년에 우리나라 청년들이 <진격의 거인>을 본다면, 꼭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소비하고 버리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