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수샘의 장이불재 Mar 23. 2024

'이게 뭐라고 아름답냐?'

- 3월의 중심에서 전하는 고3 수업 이야기

  3월 셋째 주는 '관심사 프로젝트 보고서' 수행평가를 마무리하고 수능 국어영역 비문학 독해 수업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아직 쌀쌀한 3월이고, 교무실 내 책상과 머릿속도 여전히 복잡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게 뭐라고 예쁘고 아름답냐?'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별거 아니지만, 몇 장면을 소개해 본다.


  하나. '이게 뭐라고 예쁘냐?'

 '관심사 프로젝트'는 고3이 된 아이들이 말 그대로 관심 있는 주제를 하나 정해서 보고서를 쓰는 시간이다. 4차시에 걸쳐서 주제를 정교화한 후 정보를 찾아 정리하고, 개요를 작성해서 한 편의 글을 써서 제출했다. (포털에서 '관심사 프로젝트'로 검색하면 다양한 수업 사례를 만날 수 있다.)

  고3 첫 수행평가라서 긴장하는 아이도 많고, 정시에 집중하거나 3학년 내신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 심드렁한 아이도 조금 있다. 하지만 각자 관심 있는 직업이나 학과를 멘티미터로 만든 양식에 적게 해서 보여줬더니, 술렁임이 느껴졌다. 저마다 다른 진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다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아는 눈치였다. 나도 화면에 하나씩 올라오는 학과나 직업을 보고 있으니까, 아이들의 꿈은 물론이고 글자의 색깔과 모양까지 예뻐 보였다. 고3 수업을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이게 뭐라고 다 예쁠까?


  보고서 쓰기 평가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간단한 소감문을 온라인으로 받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보고서를 쓰고 소감문까지 제출해줘서 고마웠다. 특히 체대를 희망하는 아이가 주제를 못 정해 고민하고 있을 때, 슬쩍 옆에 가서 한 마디를 해 준 것이 멋진 보고서로 완성되어 기뻤다. "쌤이 어디서 들었는데, 유튜브에 제멀왕이라고 있대. 제자리 멀리뛰기 하나라도 깊이 있게 파봐도 괜찮아." 하고 말해준 보람이 있었다.



  둘.  '이게 뭐라고 아름답냐?'

  비문학 독해 수업은 수능특강에 실린 지문과 문제를 골라 배우는 시간이다. 지난 글에서 썼듯이, 지문을 읽기만 하면 맞힐 수 있는 퀴즈를 스마트폰으로 같이 풀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 두 개의 지문은 개인전으로 했는데, 퀴즈앤의 캐릭터가 더 귀여워져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문제마다 답을 제출하는 속도가 빨라야 점수가 높아서, 은근 스릴이 있다. 다 풀고 나서 랭킹에 자기 이름이 나오면, 고3 아이들도 꼬마들처럼 신나 했다. 그리고 올해도 퀴즈를 하는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해줬다.


  "쌤이 굳이 퀴즈 문제를 만들고, 여러분에게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고3 수업에서도 즐거운 배움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참여하면 재미있고, 구경하면 지루하니까요. 그리고 순위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꾸준하게 참여해서 이름을 남기면 좋겠어요."


  이 말을 못한 학급에는 수업용 단톡방에  글로 남겼다. 그랬더니 2명이나 '좋아요'를 눌러줘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중에 한 명은 정시를 준비하는 아이라 더 좋았다.








  다음 주에는 퀴즈앤의 팀전 기능을 활용해서 모둠 활동을 시작한다. 지문을 읽고 각자 퀴즈 예상 문제를 만들어 모둠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려운 단어나 문장의 의미도 묻고 답하면서 협력하는 시간을 주려고 한다.


  이를 위해 학급마다 모둠 배치표를 다시 만들었다. 남녀 비율과 참여도를 고려해서 4~5명씩 편성하고, 모둠마다 색깔을 다르게 색칠하고 보니 이게 뭐라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고3 수업을 하며 의도한 대로 잘 안돼서 고민이 많아지고 그래서 욕심내지 않으려 하지만, 이렇게 훗 끼쳐오는 '아름다운 느낌'이 있기에 모둠활동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다음 주에는 어떤 예쁘고, 아름다운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까? 너무 기대된다~^^;




작가의 이전글 고3 수능특강 수업, 피할 수 없다면 즐기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