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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Apr 03. 2024

<불안은 나의 힘> - 고3과 수험생들에게 보내는 시

  오늘 아침, 국어교사 단톡방에 어느 선생님이 올린 <친애하는 나의 불안>를 읽었다. 고3 아이들에게 이 시를 선물한다는 말씀에, 수능특강 문학편에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이 떠올랐다.


 교무실에서 방금 내린 커피가 식기 전에, <불안은 나의 힘>이란 제목으로 모방시를 써서 단톡방에 올렸다. 3,000명이나 있는 곳이라 손끝이 예리하게 떨렸지만,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행복했다. 내가 만나는 고3 아이들도 보라고 3월 학력평가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 더 불안해지기 전에 단톡방에 올려서 조용히 응원해 주고 싶다.




<불안은 나의 힘>

- 2024년의 고3들, 그리고 모든 수험생들에게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컴싸는 이 문제집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진로를 세웠으니

내신에 모고에 그토록 풀 문제가 많았구나

핸드폰에 썼다 지웠다 했던 글자처럼

머뭇거리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모티콘 하나만 날렸구나

나 가진 것 시간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갈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수시니 정시니 그런 것들도 다 지나가는 것이니

내 희망의 내용은 불안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정답을 찾아 헤매었으나

가장 확실한 답은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었노라



  이처럼 EBS 수능특강 교재에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좋은 작품들이 있다. 나는 <질투는 나의 힘>의 어두운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꿔서 모방시를 썼지만, 원시도 아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진정성이 녹진하게 들어있다. 아직 가르치기 전이지만, 알파펫 묶음과 밑줄 속에 갇혀 있는 <질투는 나의 힘>을 구출하기 위해 아이들에게도 자기 생각과 감정을 담아 모방시를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 사진에 다른 국어샘이 만들어서 올린 <친애하는 나의 불안> 시도 첨부한다. 아이들을 위한 모방시를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셔서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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