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20살 아들은 대학생이 되고 처음 맞이하는 밸런타인데이 축제를 보러 이태원에 가고 싶어 했다. 그날 밤 159명의 청춘이 별이 된 순간을 아들과 나란히 앉아 뉴스로 보았다. 친구가 몸이 좋지 않아 이태원에 가지 못한 아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던 TV를 꺼버렸다.
2014년 4월 16일, 12살 아들은 경주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이었다. 그날 저녁, 친가와 외갓집에서 전화가 와서 버스를 타고 돌아온 아들의 안부를 계속 물었다. 그날 저녁 TV를 보던 아들이 내게 물었다. 왜 배 안에 있던 학생들을 구하지 못했냐고, 왜 형과 누나들은 가만히 있었냐고...
다시 2024년 10월 29일. TV에서 23살 딸을 잃은 어머니의 눈물을 본다. 영화제작자를 꿈꾸던 그레이스는 친구를 만나러 한국에 왔다가 숨졌다. 호주에서 온 어머니는 말한다. 한국 정부는 장례비와 항공료만 지불하고 다른 지원이나 연락이 없었다고. 유감이나 사과의 말 한마디, 한 통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고 증언한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한강 작가는 5.18 광주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살아남은 자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이태원 참사에서 자식과 영원히 이별한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했다. 장례식은 치렀지만, 그전에도 그 후에도 책임이 있는 그 누구도 찾아와 사과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자식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그분들의 심정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