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끔은 요리사
이제 90대가 되신 우리 아버지 세대,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사고를 가지고 사신 세대다. 나도 어릴 적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종종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편 요즘 신세대 남편들은 부엌과 친숙하고 요리도 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 50대 정도 되는 우리 세대 남편들은 어떨까. 물론 각양각색이겠지만, 딱 중간 정도 되지 않을까. 가부장적인 아버지 세대만큼은 아니지만, 남자가 무슨 요리냐는 인식이 조금은 남아있는, 그런 중간자적 위치에 있지 않을까 하하
일단 가부장적이냐, 보수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당신 요리는 좀 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어느 정도일까. 집 떠나 자취도 해보고 몇 년 외국 유학도 해본 나는 정도껏 알아서 해 먹는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물론 자취나 유학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했던 것이고, 요리를 재밌게 즐겼던 적은 결코 없다. 지금도 요리는 거의 아내의 몫이다. 하지만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남자도 요리를 좀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실제로 가끔씩 나서는 경우가 좀 생기는 것 같다. 꼬맹이 아들을 키우면서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면 요리를 좀 예로 들어보겠다. 나도 남들만큼 면을 좋아하는데, 몇몇 요리들은 종종 직접 해 먹고 맛도 나쁘지 않게 낼 자신이 있다. 하하. 물론 다 있는 레시피를 따라 하는 정도지만, 오 나도 이런걸 만들 수 있구나 싶어 스스로 감탄하기도 한다. 요리가 재밌다, 라고도 느끼니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우선 쫌 자신 있는 건 비빔면이다. 소면을 삶고, 고추장과 매실 엑기스, 참기름에 김치를 잘게 썰어 넣어 비비면 언제나 입맛을 돋우는 비빔면이 완성된다. 시중에서 파는 비빔면보다 열배쯤은 맛있다고 할수 있다. 다음으로 어느 티비 프로에서 보고 따라하게 된 것 같은데, 쪼금 더 맛있는 라면 요리다. 파기름을 내고 돼지고기든 쇠고기든 냉동실에 있는 고기를 좀 볶고 양파, 다진 마늘 등을 넣고 끓인 라면, 고기가 없으면 얼린 해물 모둠도 좋다. 아무튼 그렇게 라면을 끓이면 그냥 먹는 라면보다 훨씬 맛있는 라면이 된다. 백종원식 짬뽕라면도 종종 해 먹는 라면 요리다. 그리고 최근 들어 자주 해 먹는 건 스파게티다. 스파게티야 쉽지 않나 할수도 있지만, 직접 만들어먹어본 건 최근에 들어서다. 자 면을 삶으면서 양파, 다진마늘, 피망, 햄 등등을 볶고 소스를 넣어 섞으면 캬, 기막힌 스파게티가 완성되는 것이다. 아들 녀석도 아빠표 스파게티가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드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