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심지어 어린 여자아이에게도, 심지어 어린 딸에게까지 섹스를 조르는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 남자들의 섹스에는 영혼이 없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로도 한동안은 집안일 등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겹쳐서 연애할 정신적인 여유가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연애는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남들이 연애하는 모습을 멀리서 구경만 했죠.
그러다가 3학년이 된 뒤의 어느 날.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네 살 많은 한 남자와 조금씩 연애를 시작했는데, 그때가 나에게는 첫 연애였어요.
여느 커플들처럼 그 사람과 함께 영화도 보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도 하고, 또, 때로는 토닥토닥 다투기도 하고.
그렇게 두 달쯤 지나니 남자친구가 된 그 남자가 점점 스킨십을 요구하더군요.
하지만 아직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보니 그의 요구가 적지 않게 부담스러웠죠.
“나에게 아직 그만한 정신적인 여유는 없다는 거 빤히 알면서 왜 자꾸 그래?”
그렇다고 마냥 거부할 수는 없어서 조금씩 받아주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점점 적응이 되더군요.
더구나 제 사정을 빤히 알고 있던 터라 싫다고 하니 남자친구가 키스나 가벼운 스킨십 이상은 요구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친구의 요구는 점점 거세졌어요.
그리고 언제인가부터는 아주 집요하게 함께 여행이나 모텔에 가자고 요구했는데, 그러다가 사귄지 1년쯤 되던 어느 날, 더 이상 요구를 못 이기고 그와 처음으로 모텔에 갔죠.
그 뒤부터는 만나면 거의 모텔에 갔어요.
그렇게 1년을 더 만났는데, 내가 진지하게 그와의 결혼을 생각할 때쯤 그는 아주 황당하게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말하더군요.
아무런 이유도 말하지 않고 말이에요.
뿐만 아니라, 헤어지던 마지막 날에도 그는 저를 모텔에 끌고 갔어요.
지금도 가끔 그 남자가 떠오를 때가 있는데, 한편으로는 추억이다 생각되면서도, 그때의 저는 참 어리석었던 것 같아요.
뭐가 좋은지도 모른 채 그 남자의 요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니까’ 생각하며 모두 받아줬거든요.
- 어느 30대 중반의 여성
며칠 전, 친한 한 친구의 생일이라서 축하해주려고 친구들과 술을 한 잔 했어요.
그 날, 그동안 취직시험을 준비하면서 잔뜩 쌓였던 스트레스도 함께 해소하려고 하다 보니 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지나치다싶을 만큼 술을 많이 마셨죠.
아직도 어느 순간 이후부터는 아예 기억이 안 나니까요.
아무튼, 자꾸 답답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니 어떤 남자가 잠자고 있는 저를 마구 강간하고 있더군요.
‘여기가 어디지? 이 남자는 누구야? 또, 친구들은 어디 갔지?’
몹시 당황스러운 순간에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갔고, 더 이상 누워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강한 술기운에 정신이 너무 흐릿해서 막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죠.
잠시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억지로 조금씩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살펴보니, 내가 누워있던 곳은 어떤 모텔 방의 침대 위였고, 남자는 한동네에 사는, 그저 얼굴만 아는 선배들 중 한 명이었어요.
‘어떻게 이 남자가 나를?’
다시 엄청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는데, 잠시 뒤, 내가 잠에서 깼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그는 부랴부랴 일어나 벗어놨던 옷을 주워 입고는 급히 나가버리더군요.
‘혹시, 임신이 됐으면 어떻게 하지?’
잔뜩 걱정됐지만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까지도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었어요.
그래서 걱정만 하면서 누워 있다가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나서 곧바로 병원에 갔는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다가 결국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만 떠안게 됐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그 남자가 이해가 안 돼요.
비록, 말을 섞은 적은 없다고 해도, 한동네 사람이 정신이 없을 만큼 잔뜩 술에 취했으면 보호를 해줘야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억지로 끌고 가서 강간을 하다니.
술에 잔뜩 취해 아무런 반응도 못한 채 시체처럼 누워있는 여자와 섹스를 하면 좋을까요?
강간을 당했다는 더러운 기분이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데, 지금이라도 그 남자를 강간죄로 고소하는 게 좋을까요?
- 20대 후반의 어느 여자
뉴스나 인터넷 등을 통하여 정신이 없을 만큼 잔뜩 술에 취한 여자를 끌고 가서 강간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적지 않게 화가 나기는 했지만, 먼 나라에 사는 남자들의 이야기처럼 생각되었다.
하지만 자신도 같은 경험이 있다는 여자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작은 표정까지 보이다보니 또 몹시 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그렇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여자를 아무렇게나 마구 왜곡해서 생각하던 남자들 때문에 부글거리던 내 속은 더욱 마구 부글거렸다.
‘이런 나쁜 놈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여자는 마음 편하게 술 한 잔 마실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몹시 허탈해졌다.
‘내가 이렇게 위험한 나라에 살고 있었구나.’
마침 그때, 선생님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그러나 전화를 건 나는 정작 용건은 한마디 말도 않은 채 다짜고짜 선생님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어쩌면 그럴 수 있죠?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여자를 강간하지 않나, 어린여자애들을 성추행하지 않나, 자기 딸을 강간하지 않나. 남자들은 도대체 왜 그래요?”
그동안 여러 번 투정을 부렸는데도 무슨 할 말이 그토록 많던지.
아무튼, 얼마나 지났을까?
내 투정에 잔뜩 익숙해진 까닭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듯싶었는데도 선생님은 잠자코 듣고만 계셨는데, 그런 무반응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속이 모두 풀릴 때까지 실컷 말하라는 뜻 같았던 데다, 며칠 사이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던 몇몇 여자들의 얼굴이 연달아 떠올라 이미 했던 말을 몇 번씩이나 반복하기도 하면서 선생님께 평소보다 더 투정을 부렸다.
“도대체 남자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그러다가 숨이 좀 가라앉자 이번에는 전혀 엉뚱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선생님이 혹시 주무시나? 내가 너무 말을 많이 했나?’
그런 여러 가지 생각으로 잠시 머쓱했을 때, 내내 조용하시던 선생님이 나지막이 입을 여셨다.
“이제 다 했니?”
"교통사고를 당할 준비를 충분히 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물론, 자해공갈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중 대부분은 다치거나 죽을 준비도 전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크게 다치거나 아주 비참하게 죽고 말았어.
이 세상이라는 곳이 그래.
즉,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교통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곳이 바로 이 세상이지.
왜냐하면, 버스나 트럭 등, 이 세상에는 자동차가 엄청나게 많이 있거든.
그런데 수많은 여자들이 당한 성추행이나 성폭행도 마찬가지야.
자네도 알다시피, 이 세상에는 여자를 그저 성적인 먹이로만 여기는 남자가 결코 적지 않게 있다 보니, 나이에 상관없이 여자들은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성적인 피해를 당할 수 있지.
특히, 잔뜩 술에 취한 여자나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한 여자들은 더욱.
사자나 호랑이 등의 맹수가 성장한 수컷보다는 주로 새끼나 암컷 등의 저항력이 약한 초식동물들을 먹이로 삼듯이, 여자를 성적인 먹이로 여기는 남자들도 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한 여자를 노리거든.
그러니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지키는 등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듯, 여자들은 그런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하고, 또,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한 여자는 여자들이 앞장서서 보호해야하지.
그러나 막상 여자들 중에는, 누구인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잠깐 남자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사회와 나라만 원망할 뿐,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은 아예 않는 여자가 많이 있더군.
심지어 잔뜩 술에 취해 이미 여러 번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으면서도 여전히 조금도 조심하지 않은 채 툭하면 잔뜩 술에 취하는 여자들도 있고, 또, 그중에는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자신의 어린 딸마저 보호하지 않는 엄마들까지 있어.
자네도 그런 여자들처럼, 그저 남자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사회와 나라를 원망만 하겠나?"
-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언제인가 TV를 통해서 만났던 한 여자 상담사는,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를 가리지 않고, 부모가 없는 사이에 집에서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성적인 피해를 당하는 어린아이가 적지 않게 있다고 이야기했다.
“얼마 전에도, 초등학교 저학년인 한 여자아이와 유치원생인 그 여동생이 엄마가 잠깐 외출한 사이에 침입한, 이웃에 살던 한 남자 고등학생에게 번갈아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 날, 그 상담사는 그밖에도 비슷한 사건을 몇 가지 더 이야기했는데, 그때 그 상담사의 말은 나에게 자꾸 ‘부모가, 특히 엄마가 지켜주지 않은 까닭에 성적인 피해를 당하는 아이가 적지 않게 있다’는 말로 들렸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을 듣다보니 문득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 때문에 나보다 더 어린 코흘리개 남동생과만 서로를 의지하면서 종종 집에 있어야했던 어린 날의 내가 기억났기에.
때로는 도둑 등의 몹시 위험한 사람이 집에 몰래 들어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잔뜩 시달리면서.
‘그때, 내가 만약 저런 위험을 당했다면?’
불쑥 무서운 생각이 들자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칼날처럼 돋았고, 뒤이어 이웃집 고등학생에게 번갈아 성폭행을 당했다는 어린 두 자매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이 성큼 느껴졌다.
‘두 여자아이가 번갈아 성폭행을 당했다면 보나마나 꽤 긴 시간이 지났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그 엄마는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전혀 없는 어린 딸들만 남겨둔 채 그토록 오랫동안 집을 비울 수 있지?’
순간, 그 엄마가 미워졌고, 함께 내 엄마도 미워졌다.
‘일을 핑계로 어린 우리들을 집구석에 방치하다니’
그리고 그 남자 고등학생을 향해서는 험한 욕이 튀어나왔다.
‘나쁜 새끼!’
하지만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온 나는 곧 그날 들었던 이야기들과 머릿속을 스쳐갔던 생각을 모두 잊고 말았는데, 선생님께 야단을 맞다보니 불쑥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릴 때가 가장 위험하구나.’
그동안 상담했던 내용을 정리하면서 또 알게 된 사실 한 가지는, 미처 준비도 안 된 채 섹스에 시달리는 여자도 매우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여자들은 흔히, 남자의 성화나 강요에 못 이겨 충분한 준비도 안 된 채 섹스를 했으며, 심지어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채 섹스를 했다고 털어놨으니.
뿐만 아니라, 술에 잔뜩 취하거나 잠을 자던 도중 등 정신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섹스를 했다고 털어놨으니.
즉,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섹스를 했다고.
‘다른 준비는 그렇다고 쳐도, 여자가 최소한 섹스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는 하도록 도와줘야하지 않나? 어떻게 마음의 준비조차 할 수 없게 성화를 부릴 수 있지? 그러니 섹스를 더더욱 거부하지’
이렇게 생각되자 마음의 준비조차 못한 채 섹스에 시달리던 모든 여자들이 몹시 불쌍하게 생각되었으며, 여자에게 ‘준비되지 않은 섹스’를 요구하는 남자들에게는 또 마구 화가 났는데, 그러다가 시간이 좀 더 흐르니 조금씩 남자들이 포기되기 시작했다.
‘남자들이야 심지어 아무 것도 모르는 유치원생쯤의 어린 여자아이들마저 성적인 먹이로 여기고, 성적인 분풀이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다 큰 여자는 더욱 남자에게 희생되기 쉽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들에 대한 분노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 누구인가의 말대로, 어린 딸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는 남자들은 심각한 정신이상자이니까 그런 짓을 한다고 치자.
또, 겨우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 등의 어린 여자아이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는 남자들 역시 소아기호증 등의 심각한 정신이상자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멀쩡한 대학생이나 직장인이면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음의 준비마저 시키지 않은 채 여자에게 섹스를 조르는 남자들은 도대체 뭘까?’
순간, 여성운동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친구 한 명이 온통 이해되는 듯싶었고, 언제인가 어떤 책에서 본, 섹스를 강요하는 남자들로부터 성적인 해방을 외치던 여자들이 온통 이해되는 듯싶었다.
‘남자들이 그 모양이니 레즈비언들처럼, 남자와는 섹스를 않겠다는 여자도 자꾸 늘어나지’
예전부터 여자들에게서 종종 듣던 말 중 하나는, 남자들의 섹스에는 오직 본능만 있을 뿐, 마음은 없다는 것이었다.
몸 파는 여자를 찾아가는 남자들로도 알 수 있듯이, 남자들은 전혀 마음에 없는, 즉,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도 얼마든지 섹스를 할 수 있다는 둥, 남자들은 여자의 마음이 어떤지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은 채 그저 자신의 욕심만 채운다는 둥.
그런데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조차 안 준 채 여자에게 무턱대고 섹스를 조르는 남자가 아주 흔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동안 들었던, 남자들의 섹스에 대한 여자들의 불평이 새삼스럽게 기억났다.
‘본능만 있으니 당연히 여자가 섹스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릴 만한 여유는 없겠지, 그러니 유치원생쯤의 어린 여자아이처럼, 심지어 섹스 할 준비가 아예 안 된 여자도 마구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는 남자들이 있는 거겠지.’
그때야 여자들이 마음이 먼저라고 말하는 정확한 이유와 남자는 하나 같이 짐승 같다고 투덜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남자들은 짐승 같다는 말에는 동의를 할 수 없었다.
수컷 동물들은 다들 충분히 준비가 된, 즉, 발정기가 되어 암내가 나는 암컷과만 짝짓기를 하는 반면, 남자들은 어린아이처럼 심지어 섹스 할 준비가 아예 안 된 여자들에게도 섹스를 마구 졸랐으니.
‘모든 남자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남자들은 짐승만도 못하다.’
하지만 내 말에 몇몇 남자들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면서 퉁명스럽게 볼멘소리를 잔뜩 늘어놨다.
“여자들은 적극적인 남자가 좋다면서? 적극적이면 짐승만도 못하다고 툴툴대고, 예의를 지키면 소극적이라고, 심지어 남자답지 못하다고 또 툴툴대고. 도대체 뭘 어쩌라는 말이야? 여자들의 속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언뜻 듣기에는 매우 그럴 듯한 대꾸였는데,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의 변명도 결코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심지어 유치원생들에게도 그렇게 적극적인 거야? 또, 자신의 여동생이나 딸에게도 적극적인 거고? 경우에 따라서 적극적이어야 하는 거 아냐? 아무 때나 무턱대고 적극적이거나 예의를 지키니 여자들이 남자는 단순하다고 말하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전에 남자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떠돌던 이야기가 하나 있어.
한 바람둥이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남자가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여자를 만나서 연애를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1년 이상을 만났는데도 이 여자가 결혼할 때까지는 순결을 지키겠다면서 키스 이상은 결코 허락하지 않더래.
참기 힘들었지만,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남자도 그 이상은 요구하지 않았지.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하더라는 거야.
깜짝 놀란 남자가 애걸복걸하면서 매달려도 여자는 매몰차게 돌아섰다는데, 너무 큰 충격에 남자는 한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못했다더군.
그러면서 알아보니, 여자가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 놀러갔다가 만난 날라리 같은 놈과 바로 그날 함께 모텔에 갔고, 그 뒤로는 다정한 연인이 되어 붙어 다니고 있었다는데,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또 한 번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
자기한테는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키겠다면서 더할 수 없이 도도하던 여자가 고작 날라리 같은, 더구나 처음 만난 남자에게 그토록 쉽게 몸을 허락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거든.
여자에게 너무 큰 배신감을 느낀 남자는 그때부터 어떤 여자도 못 믿게 되었고, 그 뒤부터는 아예 바람둥이가 되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말하는 남자가 매우 많이 있어.
돈 많은 놈에게 애인을 빼앗겼다는 둥, 잘 생긴 놈에게 아내를 빼앗겼다는 둥.
그렇다보니 수많은 남자들이 흔히, ‘여자를 무턱대고 아껴주다가는 애먼 놈에게 빼앗길 수 있으니 일단 따먹고 보자’ 생각하지.
그리고 계속해서 조르면 가랑이를 벌려주는 여자가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물론, 앞의 이야기는 못된 남자들이 자신을 합리화하려고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어.
그러나 여자들 중에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는 마냥 도도하면서도 애먼 놈에게는 너무 쉽게 가랑이를 벌려주는 여자가 많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잖아?
그러니 남자에게만 책임을 묻지는 말라고.
- 어느 남자의 이야기 중에서
배신을 당하기 싫어서, 상처받기 싫어서 미처 준비되지 않은 여자에게도 섹스를 마구 조른다는 남자들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아주 잠깐 동안 살짝 그럴 수도 있겠다싶었다.
‘자기의 여자라고 확실하게 도장을 찍으려고 저러나?’
하지만 막상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정리하니, 남자들은 처음에 성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섹스를 하고 있었고, 뒤이어 매우 다양한 형태의 성욕을 해소하려고 섹스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3some섹스나 그룹섹스 등의.
‘그저 성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성욕을 해소하려고 여자에게 자꾸 섹스를 조르는 거였구나. 그러면서도 비겁하게 여자를 원망하다니’
그때야 남자들에게는 여자가 한낱 성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도구일 뿐이요, 성욕을 해소하는 섹스인형일 뿐임을 알 수 있었는데, 뒤이어 남자들이 여자에게 준비되지 않은 ‘원하지 않는 섹스’를 요구하거나 강요하는 진짜 이유도 함께 알 수 있었다.
‘남자들이야 자신의 호기심과 성욕만 충족시키면 되니 여자가 마음의 준비조차 안 되었어도,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잔뜩 술에 취했어도, 또, 오르가즘을 전혀 못 느껴도 당연히 상관없겠지’
그런 사실을 알았을 때의 더러운 기분이란.
‘정말 너무하네.’
섹스에 적지 않은 반감을 갖고 있다는 여자들이 저절로 이해됐고, 나아가 남자를 혐오한다는 여자들도 저절로 이해됐다.
물론, 가끔은 아내나 여자친구가 함께 섹스를 즐기지 못한다고 몹시 아쉬워하는 남자들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그런 남자들도 흔히, 성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애쓰고 있었고, 성욕을 해소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여자가 함께 섹스를 즐기지 못한다고 가슴 아파하는 척 하다니.
‘세상에 정말 믿을 놈이 없다’
문득, 여자를 성적인 먹이로 여긴다는 남자들은 일부가 아니라, 남자들 전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은 흔히, 성장과정에서는 물론, 성인이 된 뒤에도 계속해서 성기의 크기나 오르가즘, 혹은, 성욕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매우 많은 고민을 하고, 매우 많은 갈등을 겪어.
인터넷에서도 쉽게 볼 수 있듯이, 특히, 성기가 지나치게 작은 남자들과 성욕이 지나치게 강한 남자들, 그리고 오르가즘이 지나치게 빠른 남자들 등이 더욱 많은 고민을 하고, 더욱 많은 갈등을 겪지.
오죽하면 심지어 자신의 성기를 잘라버릴까 고민하는 남자들도 있을 정도니까.
따라서 남자의 섹스에는 여자들은 결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은 고민과 갈등도 함께 배어있다고 말할 수 있지.
어린 아이를, 심지어 자신의 어린 딸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는 남자들의 섹스 역시 마찬가지야.
알고 보면, 그런 남자들도 섹스 전에는 물론, 섹스 뒤에도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또, 갈등을 겪으니까.
하지만 고민과 갈등은 눈에 보이지 않다보니 여자들이야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 성적인 고민을 하고, 얼마나 많은 성적인 갈등을 겪는지 알 수 없지.
이런 형편이니, 남자의 섹스는 여자들에게 영혼은 없는, 오직 본능에 의한 아주 단순한 행위처럼 오해받을 수밖에.
그렇다고 남자의 섹스를 이해해달라는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야.
남자들이 하는 모든 성적인 고민과 겪는 모든 성적인 갈등은 오직 남자 스스로 감당해야하는데다, 어린 딸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는 남자들의 섹스처럼 결코 이해받으면 안 되는 남자의 섹스도 많이 있거든.
더구나 누구인가에게 이해나 인정을 받으면 마구 악용하여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의 왜곡된 섹스를 정당화하려 애쓰는 남자들까지 있으니 섣불리 이해하거나 인정해서도 안 되지.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들의 섹스에는 영혼이 없다는 등으로 단순하게 생각하지는 마.
계속해서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자네를 이 세상에 있게 한 아버지와 할아버지 등 남자 조상들의 섹스도 그저 짐승 같은 행위, 혹은, 짐승만도 못한 행위로 폄하될 수 있거든."
- 한참 나중에 들은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4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