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슨금 Jun 16. 2023

영국행의 진짜 이유

낯선 곳에 살아보고 싶어.

왜 하고 많은 나라들 중에서 ‘영국’으로 가는 거야?

하고 그 나라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는 지인들이 꽤 있다.


‘왜’라는 질문들 들으면 내 마음속에도 물음표가 생긴다. 그러게, 왜일까? 영국식 영어로 스피킹을 유창하게 하고 싶어서, 대표적인 어학연수지인 미국은 총기 소유가 가능한 국가라 꺼려져서,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유럽에 대한 기억이 좋아서, 영국의 빈티지 문화가 좋아서. 선택의 이유가 먼저인 건지, 선택하고 나서 생각이 만들어낸 합리화인 건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구별하기도 어렵다. 뭐 하나 콕 집어 당당하게 답하기 어렵달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음속에 21살 때 교환학생을 가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상실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다녔던 대학은 미대 위주여서 대부분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미술대학 전공에 맞춰져 있었다. 그나마 법대생이 갈 수 있는 곳은 프랑스였고,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프랑스어를 하며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워 지원조차 하지 않고 포기했었다. 친구들과 여동생이 하나둘씩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걸 볼 때마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에 대한 부러움이 일었다.      


휴학 없이 칼같이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남들과 같이 사회인이 되려고 애쓰다 보니 20대가 훌쩍 지나있었다. ‘낯선 곳에 살아보고 싶다.’ 사라진 줄만 알았던 과거의 상실과 부러움의 감정이 오늘의 결정에 영향을 준거다. 20대에 홀로 경험하는 타지 생활과 30대에 남편과 함께 가는 영국 생활은 보고 경험하는 게 같아도 느끼는 게 다를 거다. 내돈내산이니 부모님 눈치 안 봐도 되고, 다녀와서 어떻게 살 거냐에 대한 책임도 우리가 지면 된다. 그때가 아니라 지금 영국으로 떠나는 선택의 장점을 하나둘 생각하면서 합리화를 해본다. 타인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보다는 글쓰기를 통해 진짜 내 욕망을 들여다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