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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Oct 17. 2023

호텔보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고집하는 이유

hereford의 빈티지한 공간과 매력적인 호스트 린

침실과 화장실

세어보니 2015년에 처음 에어비앤비를 사용하기 시작해 32번째 묵어보는 남의 집, 앞으로 예정된 8번의 예약까지 합치면 40번이다. 호스트를 만나는 재미에 맛들려 수 년 안에 100번도 찍을 수 있을 기세다.


시설이 아무리 좋더라도 틀에 박힌 호텔보다 에어비앤비에서 묵는 걸 선호한다.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주인분과 대화해 볼 기회도 생기고 사람들이 어떻게 집을 꾸며놓고 사는지 구경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엄청난 장점! 숙소를 고를 때 호스트 소개와 사진, 리뷰를 쭉 보고 나면 지낼만한 곳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에어비앤비를 워낙 자주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숙소를 예약하는 덴 도가 텄다. 물론 모든 숙소가 좋지는 않다.(작년 신혼여행 때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에어비앤비가 충격적으로 별로였던 경험이 있다.)



빈티지한 따스함이 가득한 거실


이번 hereferd 여행에서 묵었던 린네 집은 정말 사랑스러움 그 자체여서 소개하고 싶다. 린 할머니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가지신 강인한 여성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빵을 굽고 계셔서 집안에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났다. 항상 라디오의 클래식 채널을 틀어놓고 지내며 밝은 천장조명이 아니라 노란색 전구를 끼운 탁상등을 켜놓고 생활해 따스한 느낌이 났다. 모든 가구는 오래되어 자연스러운 빈티지함이 묻어났으며, 벽을 가득 채운 책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액자와 소품들은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섞여있었는데 오묘하게도 잘 어울렸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검정고양이 조시도 만났다. 조시는 나이가 15살이어서 사람 나이로는 자신보다 훨씬 늙었다고 했다.


정원에 비치는 햇살, 부엌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


린은 hereford 교회의 오래된 역사에 대해 소개해주고, 근처의 가볼 만한 유서 깊은 펍을 알려주었다. 마주칠 때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공감해 주었다. 정말 멋있는 점은 환경 보호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분이라는 거다. 모든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만들어 집 앞 정원과 텃밭으로 돌아가게 한다. 우리가 전날 마시다가 남은 페리(배 발효주)가 있는데, 그것도 버리지 않고 요리할 때 쓰시겠단다. 재활용 쓰레기는 재질별로 모아뒀다가 제대로 재활용하는 단체에 보낸다. 그리고 비건식을 실천하고 있다.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분일뿐 아니라 정이 많은 분이다. 부엌 찬장에 일곱 손자들이 어렸을 때 그렸던 그림들이 흐려질 만큼 오래 붙여놓고 계셨다. 체크아웃할 때 남은 런던에서의 생활을 기원해 주시면서 작별의 포옹까지 받았다. 고작 2박 3일 머물렀을 뿐인데 말이다. 떠나는 게 아쉬웠다.

정원, 거실의 남편 사진 한 컷


단순히 공간만 매력적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인상 깊게 남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매력적인 사람이 만든 공간이어서 더 따스하고 포근했던 에어비앤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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