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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Oct 15. 2023

음식과 사람 모두 따스했던 요크 1박 2일 여행

요크 푸드페스티벌 York Food&Drink Festival

주말마다 어디 가니?

어학원 친구들이 이번 주말엔 어디 가냐며 물어본다. 매주 주말마다 가만히 못 있고 영국 근교를 싸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이번엔 York food&drink festival에 간다니까 처음 듣는 얼굴로 그런 행사가 있는 건 어떻게 아는 거냐며 신기해한다. 영국 전역의 모든 행사를 다 아는 건 아닌데, 음식과 술과 관련된 거에 관심이 많아 알게 되었다. 게다가 10월 가을은 날씨가 좋아 행사의 달 아닌가. 이번 페스티벌은  BBC iplayer에 'food'라는 검색어로 볼만한 영상 프로그램을 찾아보다 알게 되었다. 'Food Fest England'라는 프로그램 1화에서 마침 요크 푸드페스티벌을 다루었고, 운 좋게도 올해 행사가 시작하기 전에 이 영상을 본 거다. 추진력은 좀 있는 편이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일단 에어비앤비 숙소 예약과 기차 편 예매부터 해두었다. 그리고 행사 홈페이지를 살펴보는데 west trail, east trail이라는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20곳 정도의 동네 매장을 구석구석 다니며 샘플 테이스팅을 맛보는데 고작 10파운드라니?(알고 보니 행사 주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비영리 커뮤니티 단체여서 가능한 가격이었다.) 토요일 하루는 east, 일요일 하루는 west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페스티벌 연계 행사로 brewyork이라는 로컬브루어리에서 옥토버페스트 시음 행사를 한다기에 그 티켓도 냉큼 예매해 두었다.


여행의 취향


york는 소문대로 중세시대로 시간 여행을 한듯한 느낌을 주는 소도시다. 시가지가 도보 1시간 이내로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해 우리 같은 뚜벅이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인 여행지다. 이곳에 오면 여행객들이 꼭 가는 관광명소는 JORVIK Viking Centre다. 재건된 바이킹 마을을 완벽하게 구현해 놨다고 하는데 명성만큼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는 오늘치의 trail을 돌아봐야 해서 가보진 못했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 여기 유명한 데니 꼭 가보라고 추천해 줘도 이제는 항상 동하진 않는다. 여행에서도 나만의 스타일이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아집, 고집이 되면 안 되겠지만 취향이 생긴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East, West Trail

관광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번 여행에서는 온전히 음식을 테마로 이틀을 보냈다. 연어카나페, 초콜릿, 브라우니, 트러플 머쉬룸 아란치니, 에끌레어, 만두, 젤라또, 맥주, 와인, 커피 등 워낙 소량이라 감질맛이 났지만 방문해야 할 곳이 너무 많으니 맛보기엔 딱 적당한 양이었다. 이틀에 걸쳐 거의 요크의 40군데 가까이 되는 매장에 방문해 보았다. 도장 깨기 하듯 한 곳씩 지도 보고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고, 매장마다의 인테리어, 직원의 호스피탈리티, 음식까지 느끼고 올 수 있는 기회였다.


라비올리, 빵, 후무스 등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요리 코너도 있어서 경험해 보았다. 거기서 행사 봉사자로 일하는 친구가 한국말로 인사를 하길래 신기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국사람인데 현재 요크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으며 입학 초기에 한국어, 한국 문화 전공을 했었다고 한다.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을 만나면 나보다 더 우리나라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훨씬 잘 알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오만 리 타지에서 우리나라를 좋아해 주는 외국인들을 만나면 없던 자부심과 애국심도 생긴다. 내가 특히나 애정하는 건 음식이니까 앞으로 런던에서 지내면서 한국 음식을 많이 해보고 나눠야겠다.



Demonstrations

: Visiting Chefs from Dijon


축제기간 동안 강연과 시연도 계속되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Visiting Chefs from Dijon' 요리 시연이었다.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해외의 도시와 자매결연지를 맺는 것처럼 디종과 요크도 자매도시라고 한다. 토요일에 경험해 보고 너무 좋아서 일요일에도 참여해 프랑스 요리법을 배웠다. 토요일에는 화이트와인소스, 일요일에는 레드와인소스를 선보였다. 물론 디종의 특산품인 '디종머스터드'를 두 번의 요리에서 모두 활용했다. 요리에 버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느끼해질 수 있는데 머스터드의 알싸한 킥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온 셰프분들은 현지의 업장에서도 블랜더 같은 기기를 절대 안 쓰고 꼭 재료를 칼로 직접 다져서 사용한다고 했다. '굳이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고 왜?' 싶을 수도 있는데, 재료를 다듬고 썰고 졸이는 과정에서부터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니 블랜더로 위잉 쉽게 갈아내 버린 소스보다는 맛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시연 경험으로 디종은 프랑스에 가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12월 말에 예정된 3주간의 프랑스 여행 중에 디종에 들러보려고 한다. 디종의 셰프분께서는 우리가 프랑스에 간다고 하니 디종이 아닌 어디라도 여행정보가 필요하면 DM으로 연락 달라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친절할 뿐 아니라 요리도 잘하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라면 매력적일 수밖에!


요크셔푸딩과 안젤라


디종 요리 시연에서 싱가포르에서 여행온 안젤라를 만났다. 스몰톡을 나누다가 마음이 맞아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되었다. 안젤라는 벌써 일주일째 요크에 머물고 있어서 어느 곳이 맛있고 요크에 오면 어디를 꼭 가봐야 하는지 잘 알았다. 그래서 찾은 곳이 'The York Roast Co.'이다. 북잉글랜드 전통음식인 요크셔푸딩을 판매하는 곳이다. 요크셔푸딩은 밀가루, 달걀, 우유를 섞은 반죽으로 구운 푸딩이다. 그 위에 감자, 당근, 그린빈, 돼지고기, 미트볼을 올리고 그레이비소스를 부어주었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우리는 꼭 그 지역만의 로컬음식을 찾아 먹어보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 음식이 요크셔푸딩이었다. 양이 얼마 안 되어 보이지만 두 명이서 나눠먹어도 굉장히 배부른 정도로 넉넉했다. 안젤라와는 다음 날 BrewYork에서 하는 Oktoberbeer 시음회에서 또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요크에서 이어진 인연은 일주일 뒤에 런던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언제가 되었든 우리가 싱가포르에 가면 만날 수 있고, 안젤라가 한국에 온다면 우리를 찾으면 된다. 시간이 흘러도 2023년의 요크가 우리를 연결해 준다. 그리고 2024년 봄의 요크 초콜릿 페스티벌 때도 만날 수 있다. 관심사의 범위 안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결이 맞는 친구들을 저절로 만날 수 있다는 게 좋다. 이렇게 음식과 술 좋아하는 친구 한 명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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