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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Sep 22. 2023

아일라 첫날 위스키 투어, 여행에서 만난 인연들

보모어와 브룩라디 디스틸러리 투어

The Celtic House 

09:30 아침 식사

Ice cream float, Scon with butter&jam, Pancake with butter&jam

숙소에서 30분 정도 걸어가면 Bowmore 시내에 도착한다. The Celtic House는 기념품 선물 가게, 책방 겸 카페로 보모어 디스틸러리 바로 근처에 있다. 1층은 물건과 책들로 가득 차있고, 2층도 마찬가지로 물건들이 참 많은데 그 사이에서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커피를 마셨다. 이 동네에서 모닝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기성 잼과 버터를 곁들인 평범한 스콘 맛이 조금 아쉬웠다. 영국에서 지내면서 맛있는 스콘에 대한 기준점이 올라갔나 보다. 스콘이라면 따끈한 겉바속촉 빵에 기왕이면 수제 잼을 곁들여줘야 제대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Bowmore Distillery

투어 10:45 - 12:00

보모어는 1779년에 설립된 역사 깊은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다. Scottish tourist board visitor attraction 별을 5개 받은 곳! 여기서 처음으로 아일라 위스키의 특징을 내주는 '피트'를 직접 보고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볼 수 있었다. 양조 과정을 따라 찬찬히 디스틸러리를 돌아보았으며 설명해 주는 직원분 영어 발음이 또박또박한 편이라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투어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Warehouse 위스키 저장고 즉, 창고를 둘러보는 단계였다. 캐스크에서 조금씩 스며 나온 위스키의 향과 풍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음을 할 때도 특징적이었던 부분이 100% 버번 캐스크 스트랭트 위스키와 100% 셰리 캐스크 스트랭트 위스키를 제공하면서 원하는 비율을 찾아 셀프 블랜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비교 시음해 보고 나는 확실히 버번보다는 약간 달달하면서 과일의 풍미가 있는 셰리 캐릭터를 선호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음 투어가 2시부터인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다 보니 버스 시간을 맞춰야 했다. 점심을 먹기에는 시간이 애매하여 보모어 바에서 캐슈너트에 위스키 한 잔 더 하는 걸로 점심 식사를 대신했다. 감사하게도 바에서 마신 위스키 값은 on the house(무료)라며 받지 않았다. 바의 직원분과 스몰톡을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재밌는 건 워낙 아일라 자체가 작은 섬이라 여행 과정에서 투어 직원과 바 직원을 한 번씩 더 마주쳤다는 거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인 우리도 이렇게 만나는데, 이곳 주민들끼리는 정말 서로의 수저통에 수저가 몇 쌍인지 알 정도로 가깝게 지내겠구나 싶었다. 내년 5월 축제기간에 또 아일라를 방문하려고 하는데 그때도 만날 수 있겠지?


Bruichladdich Distillery 

투어 14:00 - 15:30

브룩라디는 확실히 보모어에 비하면 신생 증류소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도착할 때부터 시그니처 색상 파란빛 도는 민트 컬러에 압도당했다. 아쉽게도 이 날 투어담당 직원은 말이 꽤 빠르고 특유의 억양이 있는 편이라 거의 반 이상 못 알아들은 것 같다. 브룩라디는 위스키보다도 The botanist 진 판매량이 어마어마하다. 병 디자인이나 마케팅을 굉장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활용 유리 사용량이 60%라며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다는 홍보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노력을 안 하는 것보단 발전적으로 노력하는 게 낫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판매한 유리병이 모두 생산한 곳으로 돌아와 재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법은 없을까?

 

이 날 가장 큰 수확은 함께 투어에 참여했던 미국인 브랜든과 친구가 되었다는 거다. 브랜든은 일본에서 문학 교수를 하고 있어 현재 사는 곳은 일본 도쿄이다. 그러다 보니 동양의 문화에 대해 잘 아는 편이어서 말이 잘 통했다. 이 사람과도 정말 인연이었나 싶은 게, 마지막날 아일라에서 글래스고로 가는 페리에서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되어 거의 2시간을 수다를 떨었다. 여행에서 만난 인연들 덕분에 나중에 어느 나라를 놀러 가든 만나자고 연락해 볼 친구들이 늘었다.


The Lochside Hotel & Restaurant 

19:30 저녁 식사

startor : islay scallops,tobermory hot smoked salmon

main : islay ale battered haddock, chips, mushy peas & pickeled onion / islay venison steak


전날 저녁에 3곳의 음식점에서 full booking을 이유로 퇴짜를 맞고 나서 오늘 저녁 식사할 곳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 이 레스토랑 음식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메인보다 스타터 2종이다. 관자가 무척이나 부드러우면서도 비린 맛이 전혀 없었고, 훈연하여 스모키한 맛이 일품인 연어와 해초의 조합도 정말 잘 어울렸다. 연어와 해초라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조합인데 의외로 찰떡궁합이었달까.


메인으로 시킨 게 결국 피시 앤 칩스인데 나오는 재료 이름을 다 적어놔서 참 길게도 써놨다. 특장점은 에일맥주를 넣어 반죽해 바삭함이 살아있다는 거다. 피시 앤 칩스는 하도 많이 먹어서 테이크아웃점이나 펍, 레스토랑 전문점이나 다 거기서 거기 같다. 가격 대비 별 차이를 못 느낀다는 거다. 아직 나의 피시 앤 칩스 최애는 런던의 한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남아있다. 두번째로 시킨 메뉴는 'venison'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일단 아일라산이라고 적혀있길래 주문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슴고기스테이크였다. 아무리 새로운 음식 먹어보는 걸 좋아한다지만 이번엔 좀 당황했다. 나쁘지 않았는데 다시 내 돈 주고 사 먹을 것 같지는 않다. 모르는 단어는 꼭 찾아보고 주문해야지 안 되겠다.


해가 지고 캄캄해지면 가로등이 없어 또 플래시 켜고 밤길을 30분 걸어가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완전히 해 떨어지기 전에 가자며 부랴부랴 숙소로 향했다. 이렇게 아일라에서 둘째 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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