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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Sep 19. 2023

대중교통으로만 아일라 여행이 가능할까?

인버네스, 글래스고에서 아일라 섬까지

여행 일정을 짤 때부터 가장 고민이 많았던 게 바로 아일라다. 아일라가 워낙 대중교통이 자주 없고 택시도 별로 없어서 남들은 다 렌터카 싣고 페리로 이동해 차 타고 다닌다는데, 대중교통으로 정해진 투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까? 버스를 놓치거나 버스가 없어서 렌트비만큼 택시비가 나오면 어떻게 하지?


다녀오고 보니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단, 조건이 있다. 하루를 빡빡하게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로운 마음만 있다면 말이다. 양조장 투어는 가급적 하루에 1개만 예약하고, 혹여 하루에 투어를 2개 참하게 되면 최소 2-3시간 중간 여유시간을 두어야 한다. 버스시간을 꼭 확인해야 하는데 보통 8-17시 사이에만 운행해서 낮에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 근처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는 루틴이다.


아일라까지 오기 위해 하루는 거의 이동만 했다. 인버네스역에서 글라스고역까지 3시간 30분이 걸렸고, 글래스고에서 짐을 맡기고 또 글래스고 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스코틀랜드에서 출발했는데도 이동하는 데 하루를 다 잡아먹었는데, 아일라 여행만을 위해 한국에서부터 날아오는 여행자분들은 얼마나 고될까? 그나마 다행인 건 사전 체크인을 하고 수화물이 없다 보니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공항에서 2시간가량 면세점 구경을 했다. 위스키를 한 병 살까 고민했는데 우리가 타는 노선은 UK 내부에서 이동하는 국내선이라 면세 제품을 살 순 없다는 걸 깨닫고 아쉽지만 포기했다. 아일라 행 비행기는 정시에 오지 않았고 정해진 출발 시간보다 20분가량 지나서야 이륙을 할 수 있었다. 정원이 40명도 안 되는 워낙 작은 비행기라 가는 내내 강한 파도소리와 비올라의 저음 소리를 들으며 가는 느낌이었다. 앞에 앉은 승객들이 이렇게 작은 비행기는 처음 타보지 않냐, 걱정되는 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농담을 던졌다. 난기류로 좀 많이 흔들린 것 말고는 착륙도 순조로웠고 별일 없이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아일라 공항은 워낙 작기도 하고 도착한 비행기도 우리가 타고 온 것 한 대뿐이어서 거의 무슨 버스터미널 마냥 금방 출구로 나왔다.

땅에 발을 딛자마자 3박밖에 예약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이제 막 도착했는데 벌써 돌아갈 게 아쉬워지는 곳, 아름다운 섬 아일라.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분이 나와 계셨는데 강하지만 선한 인상의 중년 남성 Jim이었다. 마침 아일라에서 택시업을 하는 분이셔서 기꺼이 픽업을 나와주셨다. 에어비앤비 투숙객이라고 비용도 받지 않으셨다. 덕분에 이미 버스는 끊긴 시간이라 어차피 택시를 불러야 했는데 편히 숙소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Jim은 왕년에 탱크를 모는 군인이었고, 아프가니스탄 걸프전에도 참전했었다며 사진첩을 보여주었다. 과거 자신의 모습에 굉장히 자부심을 느낄뿐더러 현재의 아일라에서 삶도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섬 전체가 내 일터라고 하면서 여가 시간엔 제트스키를 타고 낚시도 하고,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가이드 투어도 해주고. 아일라 천혜의 자연을 품고 살아온 사람에게 느껴지는 특유의 여유랄까 그런 게 느껴졌다. 게다가 유머도 있는 분!

크인 후 저녁 시간이라 Jim이 우리를 식당이 좀 있는 나름 시내인 보모어 쪽으로 데려다주었는데, 문제는 이 동네 도합 음식점이 4곳밖에 없다는 점이다. 2개의 호텔 레스토랑, 피자집에서 풀부킹이라고 퇴짜맞고 겨우겨우 인도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일라에서 제대로 된 저녁 식사를 레스토랑에서 하려면 2-3일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는 걸 몸소 느꼈다.

이동하느라 지치기도 했고 가로등 없이 캄캄한 자연 속에서 우리는 금방 잠이 들었고, 아일라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어느 방향을 보아도 자연밖에 보이지 않는 아일라. 숙소의 벤치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니 여기까지 오면서 고되었던 피로감이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3박 4일의 자세한 여정은 다음 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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