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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Sep 15. 2023

남다른 인버네스 뚜벅이 여행 하루 일정, 택시가 필요해

인버네스 네스호, 어커트 캐슬, 블랙아일 브루어리

1. 어커트 캐슬(Urquhart castle)

어커트 캐슬

네스호의 괴물, 네시를 볼 수 있을까 싶어 어커트캐슬로 향했다. 시내 중심부에서 넉넉잡아 1시간 정도 소요되며,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정도 다닌다. 탈 때 목적지를 얘기해야 버스기사님이 금액을 알려주고 카드나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다. 물론 편도보다 왕복 티켓을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하니 처음에 탈 때 왕복 버스티켓을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인버네스 -> 어커트캐슬 성인 왕복 11파운드)

16세기에 건축된 부분

1200년대, 13세기부터 이곳에서 사람들이 건물을 짓고 살았는데 여러 번의 침략을 겪다 보니 많이 부서져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외딴곳에 사람들이 살았지 싶을 정도로 호수와 산, 자연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곳이다. 운이 좋게도 무료 가이드 시간에 맞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13-14세기에 건축된 부분은 방어 요새 역할을 하는 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16세기에 건축된 부분은 거주 목적으로 지어져 창문이 채광이 좋도록 크게 나있다고 한다. 역시 배경과 역사를 듣고 보니 또 다른 게 보인다. 활을 사용하던 시절과 총이 나오고 나서의 창문 모양이 다르다는 것도 신기했다. 2시간이면 충분히 볼 줄 알았는데 찬찬히 살펴보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아쉽게도 다음 일정 때문에 급하게 시내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야 했다. 다음에는 네스호와 주변을 둘러보는 데에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할애해도 좋을 것 같다.


네스호는 워낙 유명해서 인버네스에 오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이곳에 모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들 왜 여기를 꼭 와보려고 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런데 블랙 아일 브루어리는 좀 다르다. 맥주를 워낙 좋아하고 양조 과정에 관심이 많은 우리 부부의 특이한 취향 덕분에 보통의 관광객들은 잘 안 가는 로컬 브루어리를 다녀오게 되었다.


2. Black isle brewing brewery


하루에 1번만 오후 3시에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black isle brewing company brewery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 웬 봉고차가 서있길래 ‘왜 시간이 되었는데 버스가 안 오지’하고 물어봤는데 이 봉고차가 바로 그 버스란다. 게다가 카드는 안되고 현금만 받는 봉고버스..! 브루어리까지 가려면 정류장에 내려서 걸어서 30분 정도 가야 했는데,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위를 건너가야만 갈 수 있는 경로였다. 처음에 버스 탈 때부터 기사가 이 정류장에 내린다고? 갸우뚱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눈 딱 감고 차 안 올 때 빠르게 건넜다. 다행히도 목숨 부지하고 무사히 다녀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가는 길에 만난 양, 눈 마주침!

걸어가는 길은 트랙터와 경운기 등이 종종 지나가는 시골길이었고, 양과 염소, 말, 소들이 풀 뜯는 걸 구경할 수 있었다. 브루어리에 온 건지 동물원에 온 건지? 쳐다보는 모습이 내가 그들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나를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블랙 아일 브루어리

도착하자 직원이 반겨주며 오늘 투어 예약자는 우리 둘이 유일하다며 ‘are you ready?’ 묻고는 바로 양조장 내부를 소개해주었다. 4시에 진행되는 투어를 2시간 전쯤 대뜸 전화해서 문의했는데 자리 있다며 흔쾌히 받아주었는데, 심지어 프라이빗 투어라니. 그것도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는 무료 투어였다. 투어를 통해 돈을 벌려기보다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알리고 홍보해 팬을 만드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의도는 완전히 적중! 브루어리와 정원, 농장을 구경하고 맥주 맛을 본 뒤 완전 빠져버렸으니 말이다.

재활용 알류미늄으로 만든 맥주캔

1998년에 시작했으니 업력이 벌써 25년이 넘은 꽤나 오래된 베테랑 기업이다. 영국의 많은 헤리티지 기업들은 est 1800s라고 로고에 200년 넘은 기업임을 홍보하고 있으니 그것에 비하면 신생이긴 하지만. 25년 전부터 오가닉 재료들로만 맥주를 만들 생각을 했더니 꽤나 선구적이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 여기는 맥주만 만들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하는 사업이 정말 많다. 스코틀랜드에서 2곳의 피자펍을 운영 중이며, 농장에서 수확한 유기농 농작물이 바로 피자 토핑으로 올라간다.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의 전형적인 예다.

농장을 드론으로 찍은 항공사진

구경하다가 농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덕분에 'wwoof'라는 비영리단체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유기농가 및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곳에서 하루에 반나절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것으로 전 세계 150여 국가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농가에서는 일손을 더해 좋고 참여자는 농사법을 배우면서 숙식을 제공받아 좋고!

유기농 농장

농장 내에 슈퍼호스트 자격을 갖춘 에어비앤비도 운영 중이다. 한적하고 조용한 농장 시골 생활을 즐겨보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에어비앤비 숙소다. 최소 2박 이상 가능하며, 대중교통으로는 오기 어려우니 다음에 렌트를 하고 온다면 꼭 한번 여기서 묵어보고 싶다.

블랙아일 펍의 피자

다시 시내로 돌아갈 때는 고속도로로 나가 버스를 기다릴 자신이 없고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블랙아일 브루어리에서 블랙아일 펍으로 가주세요! 덕분에 금방 돌아갈 수 있었다. 아무리 뚜벅이 여행이라도 택시를 타야 할 때는 타야 한다. 펍을 운영하면서 농장에서 직접 생산할 수 없는 식재료의 경우에는 가까운 로컬 생산자를 찾아서 이용해 지역 상인들과 상생하고자 한다. 펍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화장실이다. 인테리어 할 때 편백나무 목재 같은 걸 썼는지 들어가자마다 기분 좋은 나무 냄새가 났다. 여기 사람들은 1인 1 피자는 거뜬히 하는 분위기인데, 우리는 어제 tomatin&cheese라는 화덕피자집에서 1인 1 피자를 하니 좀 더부룩하더라. 여기는 메인이 피자가 아니고 맥주니까! 눈치 안 보고 1판만 시켜서 나눠 먹었다. 캐스크에일과 사이다도 하프파인트로, 무겁지 않은 저녁식사로 딱 알맞은 양이다. 이틀 연속 먹어도 피맥은 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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