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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Jun 18. 2019

오래 함께

독서모임 스타트


월요일의 독서모임


월요일 독서모임 있는 날이다.  어쩌다보니 의도치 않게 10분쯤 늦을거 같다. 청소 잘한다고 상  사람  대충하고 나오면 될 것을, 이것만 끝내고 나가야 해놓고 이방저방 다니, 없는 일욕심에 모래시계처럼 스르르 시간  빠져나간다.  


흐트러진 집안 여기저기  쓸고 닦고 정리더니 아직 초여름인데도 땀이 진득이 배어 나온다. 분주한 주말 보낸 아이들이 군데군데 허물처럼 벗어놓은 옷가지를 모아 세탁한후, 건조대 2개에 나누어 널었다. 다행히 햇살은 넉넉다.  모임시간에 약간 늦을거 같 하지만, 두고온 집안일에 마음쓰는일 없이 토론에 집중할수 있.  나두 나름 새벽형 인간인데 이보다 더 서두 자신은 없. 먼저 가서  차 한잔 마시 느긋하게 시작하려면 청소와 정리에서 오히려 느슨해 져야겠다. 적어도 월요일만큼은 말이다.



기존에 하던 독서모임 있었다. 다른 지역이라 거리가 다보니  시간 맞추는게 어려워 지속하지 못했다. 새로운 모임 같은 지역분들이라 일주일에 한번씩 자주 만나 긴 호흡으로 책을 나누어 읽고 토론할수 있어 좋았다. 좋은글을 고 나누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늘 있었기에 가까이 독서모임 여는곳이 혹 없을까 둘러 봤지만 쉽게 찾을수 없었다.  그날, 이제 막 스타트하는 독서 동아리 모집전단을 발견한 행운이였. 필연적 만남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때론 운명처럼 내앞에 성큼 다가 있다. 이번 독서모임도 그 느낌다.


밤에 아이가 갑자기 열이 올라 한달전부터  벼르던 친구와의 약속 취소 날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흔히 있을수 있는 일이 당연히 아이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만, 친구와의 어긋난 약속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소아과에 먼저 들러 진료를 본후 다행히 컨디션이 아져 막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길. 건물 엘리베이터   서있던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건 독서동아리 회원을 모집한다는 안내문 이였다. 


쳐져있던 마음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허리가 아 고생한뒤 일상을 회복한지  두어달째. 지독했던 아픔에 대한 기억 시간의 파도에 쓸려 희미해졌고 예민했던  일상 조금씩 무뎌져 가던 참이었다. 이 모임이  내게 작은 도전과 성취감을 줄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바로 신청을 했더니 다음날 리더분께 전화가 걸려왔다. 친절한 목소리로 읽어올 책과 과제를 설명해 주다.   아직 그를 알지 못하지만, 전화기 건너의 차분한 목소리 낯설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오래 함께


리더 되시는 여성분은 생각보다 나이가 지긋한 분이셨지만, 동아리 회원들의 이말저말을 잘 들어 주셨다. 모임은 교회건물의 작은 사무실 하나를 빌려서 진행하고 회비도 걷지 않았다.


"저도 회원의 한사람이 되어 편하게 모임을 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길게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길게 갔으면 한다는 솔직한 말씀. 리더님은 이미 다른곳에서 유료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계셨지만 한계를 느끼고, 자유롭 오래 지속한다 그림을 그리며 이 모임을 만들었다고 하신다. 스스로도 누구에게도 작은 부담조차 지우지 않은 이유 같았다.


첫번째와 두번째를 거쳐 우연인듯 필연같이 만난 이 세번째 독서모임과 나 역시 오래 함께 고싶다. 오십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인연 만들기가 쉽지 않지만,  젊날의 뾰족한 마음조금씩 무디어 졌기에 오히려 더 수월할수도 있 않을까. 하지만 당장 내일 일을 알수 없는 삶의 의외성 까닭에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것 말고 다른 최선이 있을까 싶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
.


작년에, 평생 함께 할수 있다 믿었던 30년지기 친구와 상처받고 멀어지는 일이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가 상처받지 않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걸  그 친구를 잃은후에야 아프게 마음에 새길수 있었다. 서로가 상처받지 않는 적당한 거리는 어디쯤일까.  그 거리를 유지하기 위 한사람이 아닌 서로간의 섬세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에 오래 함께 갔으면 좋겠다리더님의 바램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모두의 바램처럼  우리 시간이 의미있게  쌓여간다면, 저녁을 먹고나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수 있 그런 사이가 될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멀리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가 문득 보고픈 밤이다.



마주하는 다정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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