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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언 Feb 11. 2023

중도탈락률을 AI가 예측한다?

하지만 AI는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지는 못 한다

"교수님. 저 자퇴하러 왔어요. 학과장 면담 및 서명이 필요해서요."

"그래? 축하해. 어느 학교로 가니?" 


매년 2월이면 자퇴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종종 연락이 온다. 

대부분은 편입 혹은 반수에 성공한 학생들이며, 그렇기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이 자퇴하는데 흔쾌히 동의해 준다. 

학과장으로서 학생들과 면담 후 되도록이면 자퇴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마땅하지만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인서울 대학 입시에 성공한 학생들을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틀 전 부산 BEXCO에서 열린 2022 대학혁신포럼(교육부, 한국연구재단 주관)에 참여했다. 

각 대학의 교육혁신사업을 담당하는 교수 및 직원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대학혁신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수많은 논의들이 오갔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화두는 역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환경의 위기'였다.

2023년부터 대학정원이 학령인구를 역전하기 시작했으며, 각 대학들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각 대학에서는 AI, 메타버스, 그리고 XR에 기반해 교수법 및 학습법 프로그램에 매진하고 있었으며,  이에 맞는 학생지도 프로그램 개발을 다투어 발표했다. 


결국은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고재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각 대학들은 신입생과 재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을 낮추기 위한 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세션들 속에서 수만은 우수 사례들이 발표되는 가운데, 내 눈길을 사로잡은 발표가 있었다. 

Y대에서는 AI에 기반해 재학생들의 학습행동을 분석해 중도탈락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신입생때부터 학생들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개별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케어를 제공해 중도탈락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연구실 문이 닳도록 많은 학생들이 찾아오고 상담도 많이 해오고 있다. 


어떤 학생은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가정폭력 때문에 도움과 관심을 요청했고, 또 어떤 학생은 이성친구가 바람을 제대로 피워서 학교를 그만둘까 고민을 토로하기도 한다. 

실직하신 아버지 때문에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된 학생도 있었으며, 지속된 정서불안으로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부모님이 찾아오기도 했다. 


이 학생들의 공통점은 AI가 중도탈락률을 예측하기 위해 선정한 독립변수(학습성과, 출석, 전공적합성, 역량 등)에는 포함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많은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로 교수가 해야 할 역할을 AI가 어느 정도 대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연구실에 찾아와 고민을 상담하기보다는 정량화된 데이터로 무장한 AI에게 찾아가는학생들이 더 많아질 날도 분명 올 것이다. 


하지만 AI는 학생들과 눈을 마주쳐 교감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지 않을까?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학생들과 눈을 더욱 마주치며 이야기를 풍부하게 나눠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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