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지방 소도시 여행, 마을 호텔 건립 분투기
왜 지금 마을 호텔인가
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현상에 따른 ‘지방 소멸’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사람이 빠져나간 텅 빈 중소도시와 농산어촌 마을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시 사람들이 북적대는 활기찬 삶터로 되살릴 수 있을까?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민들의 자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지속할 수 있을까?
사람을 모으고 활력을 되찾기 시작한 6개 도시의 마을 호텔 현장을 젊은 도시 연구가들이 함께 취재했다. 도시재생 정책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이 ‘마을 호텔’을 만들어 삶을 바꿔 가는 이야기를 통해 마을을 살리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고치고 채워 연결하면 마을 전체가 호텔이다
건물을 새로 짓지 않고, 있던 건물 특히, 비어 있는 공간을 고치고 채워 서로 연결하면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이 된다. 장소와 장소가 연결되고, 마을과 방문객이 연결되며, 모래알처럼 따로따로 존재하던 주민들이 연결되어 공동체로 거듭난다.
호텔에서 맛볼 수 없는 것을 마을 호텔에서 만끽할 수 있다. 멋지게 고친 오래된 집에서 달게 자고 일어나, 천천히 걸어서 숨은 맛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사진관 앞을 거닐다 찻집에 들러 강의도 듣고, 공방에 가서 손수 무언가를 만든 뒤 동네 목욕탕에서 피로를 풀며 추억에 잠긴다. 온 마을이 호텔이다.
지역 경제와 문화를 살리는 플랫폼
자연스럽게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제모델이 필요하다. 수직으로 쌓아 올린 호텔에서 거둔 이익은 호텔 기업체에서 쏙 뽑아가겠지만, 수평으로 펼쳐놓은 마을 호텔의 수익은 마을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어 마을을 살리고 사람들 삶을 개선해줄 것이다. 이 책은 모래알처럼 따로 존재하던 작은 마을의 꿈이 연결되는 과정의 기록으로 마을 호텔을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작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2020년, 석사과정으로 재학 중에 '주민참여도시설계'라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지도교수님의 수업이었고 '마을 호텔'을 주제로 국내 사례를 답사하는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 수업은 항상 마지막에 책으로 엮어내는 형태로 진행해 소위 '빡쎈'수업이라고 소문이나 조금 걱정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대망의 첫 수업 시간.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죠.
"여러분의 목소리가 담긴 글을 엮어 정식 출간하는 것이 이 수업의 최종 목표입니다."
정식 출간이라니. 내가 작가가 된다니. 물론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작가의 삶을 선물해준 교수님과 출판사분께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첫 번째 마을인 '공주'를 담당해 인터뷰와 답사를 통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공주는 마을 호텔의 대표적인 사례지입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 '봉황재'를 중심으로 무인 책방인 '가가 책방', 고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와플 학당', 코워킹 스페이스인 '업스테어스'까지. 매력적인 공간이 제민천을 따라 형성된 봉황동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책을 쓰는 내내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쓰는 돈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하루 중 무심코 쓰는 만원, 이 만원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소비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내가 사는 동네의 소상공인과 지역에서 오래 자리를 잡고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단순히 커피와 빵을 사는 것이 아닌,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마음'과 '빵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즈넉한 소도시에서 쉼을 찾고 싶으시다면, 주민과 함께 상생하는 여행을 지향하신다면 책에서 소개하는 마을 호텔에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공주를 포함한 정선, 하동, 전주, 군산, 서촌(서울) 총 6개의 도시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