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탔다. 홍대쯤에서 자리가 났고, 앉은 후에 보니 맞은편에 탁재훈이 앉아 있었다. 탁재훈보다 20년은 젊어 보였지만 너무나 비슷했다. 그가 휴대폰을 보며 살짝 웃었다. 웃는 모습도 흡사했다.
언젠가부터 내 앞에는 종아리가 나보다 반 뼘은 길어 보이는 외국인 커플이 서 있었다. 내 오른쪽에 자리가 나서 그중 한 사람이 앉았다. 다음 역에서 탁재훈이 내렸다. 나는 일어서서 그 자리로 가 앉았다. 커플이 나란히 앉아 내게 미소를 보냈다.
덥고 습한 여름을 나고 있다. 아직은 밤에 창문을 열고 자는 것만으로 견딜만하다. 침구는 그런대로 보송보송했고, 얇은 면 잠옷이 피부에 닿는 느낌도 좋았다. 간밤엔 불면에 시달렸지만, 요 며칠 쭉 잘 잤으니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하고 마음을 다독였다.
비가 내렸다. 열어둔 창문 밖에서 까치가 울었고 간간이 노면에 내린 빗물 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집에서 말차에 얼음을 넣고, 차가운 우유를 넣어 마시며 하루키의 인터뷰집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를 읽었다.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찾은 다음 돌아서다가 발견한 책이었다.
'소설이 아니고 인터뷰집이라니......'
그다지 흥미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왠지 빌려오고 싶었다. 결과는 정말 만족스럽다. <기사단장 죽이기>가 출간된 후에 나온 책인지 그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하루키가 어떻게 소설을 쓰는지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양평에서 부부모임이 있었다. 다녀온 다음날 보니 자동차 앞 유리에 금이 가 있었다. 처음엔 누가 그런 건 아닐까 의심했는데, 날아온 돌에 맞아서 생긴 것이라고 했다. 그 일을 알아보고 고치느라 고심했다. 오랫동안 별일 없이 무사고로 버텨준 차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친구가 주말농장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나눠주었다. 더운 주말 내내 아삭아삭한 오이고추를 먹고, 껍질까지 벗겨준 고구마줄기로 부드러운 나물을 만들어 먹었다. 냉장고에는 복숭아가 여섯 개 있고, 식탁 위에는 붉은 자두가 한 팩 놓여 있다. 어느덧 7월 중순, 여름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