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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Jul 10. 2023

블루베리가 익는 계절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혀. 우리 만나서 시원한 거 마시며 놀자. 

  N의 카톡에

  -나 지금 블루베리 따러 왔어. 

  T가 답하며 블루베리 사진을 보냈다. 그냥 검은색인 줄 알았는데, 겉이 뽀얗고 이름처럼 푸른색이 돌았다. 

  -좋겠다. 잘 다녀와서 피로 풀리면 연락해.

  N이 답했다. 

  -역시 부지런해. 더위 먹지 않게 조심하고 곧 보자.

  나도 답했다.       


  작년에도 T는 캄캄한 새벽 두세 시쯤 출발해 어슴푸레할 무렵 예약한 농장에 도착해서 블루베리를 땄고 일 년 먹을 양을 사 왔다. 깨끗이 씻어 소분한 후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잔뜩 쌓아뒀다며 싱싱하고 달콤한 블루베리를 작은 통에 담아와 함께 먹었던 기억이 났다. 무더운 여름을 견디는 힘은 참외 산딸기 살구 오디 복숭아와 자두 수박 블루베리까지, 향긋한 과일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이번 주는 내내 비 예보가 있다. 오래된 노래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난 오늘도 이 비를 맞으며 하루를 그냥 보내요……”가 떠오른다. 비가 촉촉 내리는 날, 하루쯤은 나도 그냥 보내는 여유를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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